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에도 감염 위험이 높은 고령층이 상주하는 요양시설은 여전히 '방역 긴장'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마스크 착용 해제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각종 다중이용시설마다 정상화에 기지개를 켜는 것과는 크게 상반된 모습이다.

부산 사상구 A요양병원 입구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 불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입구는 출입을 원할 시 벨을 눌러 호출해달라는 문구와 함께 굳게 잠겨 있었다.

취재진도 병원 직원의 인솔을 받고서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병원 안에선 모든 환자와 직원들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엔데믹 선언에도 A병원은 혹시나 모를 확산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매주 1번씩 하던 종사자 PCR 선제검사가 권고로 바뀐 점과 대면 면회 시 취식이 가능해진 점 외에는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면회하기 전 방문자들이 하던 신속항원검사도 그대로 유지된다.

A병원 관계자는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 이후에도 확산 우려에 따라 제한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으니 병원에서 지내는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가족들도 많다"고 말했다.

사하구 B요양병원도 '대면 면회 주 1회 제한' 지침을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엔데믹이더라도 여전히 하루에 만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B병원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지침이 내려온 게 없어 지켜봐야겠지만 기존대로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 C요양병원은 취식 허용 등 달라진 면회 기준에 대해 질병관리청에 문의를 넣은 상태다. 대면 면회를 할 때 어르신 환자만 취식할 수 있다는 것인지, 방문 가족과 함께 가능하다는 건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종사자 PCR 검사도 당장 6월부터 없애지 않고 다른 병원들의 상황을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C병원 관계자는 "완전히 엔데믹이 된 이후 면회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어르신들은 감염 확산이 빠른 만큼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1단계에 포함된 방역 완화 조치는 6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지침에 따르면 일반 병원·약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제가 해제되고, 자가격리 기간도 7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지난 3월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됐음에도 마지막까지 의무를 유지했던 병원과 약국까지 착용이 해제되면서 '드디어 코로나에서 해방되나'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입원 병동이 있는 대형 병원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유지되고, 요양시설에서도 일부 지침이 해제된 것 말고는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주간 코로나19 사망자 연령대 비중은 △80세 이상 53.2% △70대 23.4% △60대 14.9%로 나타났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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