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6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구촌 곳곳이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평년보다 더운 여름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엘니뇨’ 영향으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집중 호우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을 통해 6월부터 8월까지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밝혔다.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각 달의 평년기온은 6월 21.1~21.7도, 7월 24.0~25.2도, 8월 24.6~25.6도다. 호주와 캐나다 등 각국 기상청과 관계기관도 한국의 6~8월 기온이 56~64% 확률로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서아시아 지역 눈 덮임이 평년보다 적어 한국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형성되면서 기온이 오를 것이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평년과 비교해 남인도양과 필리핀해 해수면 온도는 따뜻하고 동인도양 해수면 온도는 차가운 점도 한국 부근에 고기압을 발달하게 하는 요소다. 3월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이 평년보다 적었는데, 이런 경우 7~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다．

온난화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0년(1973~2022년)간 6월 평균기온은 1.4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7월과 8월 역시 각각 0.9도가 올랐다. 다만 지난 3월 만주 지역 눈 덮임이 평년보다 적었던 점은 오호츠크해 고기압을 발달시켜, 한국으로 찬 공기를 불어 넣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6월 기온이 다소 낮아진다.

예상 강수량은 6월의 경우 평년(101.6∼174.0㎜)과 비슷한 확률이 50%로 나타났다. 그보다 많을 확률은 30%, 적을 확률은 20%다. 7월은 각각 40%의 확률로 평년(245.9∼308.2㎜)보다 비슷하게나 많겠다. 8월은 평년(225.3∼346.7㎜)과 비슷할 확률 50%, 많은 확률 30%, 적을 확률 20%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전망한 5~7월 엘니뇨 발달 가능성은 60%다. 과거 사례를 종합하면 바로 이때 우리나라는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오는 경향이 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넘게 지속되는 현상이다．

특히 이번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고 1년 이상 지속하는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도 최대 55% 확률로 강한 엘니뇨의 출현을 예상했다. 단 조경숙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진 않았다”며 “강한 엘니뇨가 될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엘니뇨가 온난화를 심화하며 세계 곳곳이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낮 최고기온 33.9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같은 날 싱가포르 역시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으며 5월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중국도 베이징·톈진·산둥성 등 주요 도시가 지난 15일부터 이틀연속 35도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가장 이른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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