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는 "가해가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국가 가 살인을 방조한 격"이라며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해 1월부터 12월까지 신문 등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사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가 남편 또는 남자친구인 사건은 전체 82건이었으며, 이 중 살해된 여성은 7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46명은 남편에 의해, 24명은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됐다.

또 남편에 의해 살해된 자녀, 친정부모 등 아내 이외의 사람도 16명에 달했으며,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경우도 10건이나 됐다.

한편 살인 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7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의 2009년 면접상담 통계를 살펴보면, 남편의 폭력을 멈추게 하기 위해 아내들은 대화를 시도하거나(57.9%) 주변사람을 통해 남편을 설득시키기도 했으며(31.8%), 이혼을 요구하거나 가출하는 등 남편과의 분리를 시도하기도 했다(66.4%).

상담을 받거나(20.6%) 경찰에 신고하기(15.9%)도 했으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경우는 6.5%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찰에 한번 이상 신고한 적이 있는 48명 중 22명이 경찰로부터 "집안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45.8%)을 받았으며, "법으로 해결하고 싶으면 고소하라"는 태도(39.6%)로 피해자에게 해결할 방법이 없음을 설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전화는 "2010년 아내폭력 예방을 위한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아내폭력에 대한 경찰의 초기개입 정책도 없고 위험에 방치돼 있는 아내들의 보호시스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부재하다"며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 여성 통계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폭력을 끊어내기 위한 여성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는 통념 아래 제대로 보호, 처벌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결국 자신이 참고 사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가해자들은 국가의 비호 아래 폭력을 지속한다"고 힐난했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가족과 자신의 삶과 생명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에 방치된 여성들이 시도하는 마지막 방법이 바로 남편 살해"라며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난다"는 여성 폭력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의전화는 "누가 이 여성들을 죽게 했으며 누가 이 여성들을 살인자로 만들었는가"라며 "이들이 보내는 절규와 경고를 2010년 한국사회는 무시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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