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종합사회복지관 신용규 관장

최근 사회복지계 각종 단체들의 토론회, 세미나 등을 참여하다보면 단골 메뉴처럼 되어 버린 화두가 ‘전달체계 개편’논의이다.

심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은 사회복지사무소, 지역복지협의체, 예산의 지방이양 등을 잇슈로 다루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무소와 관련한 논의는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음에도 아직도 입장에 따른 견해가 너무나 다양하여 민간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기대보다는 염려와 혼란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지난 5월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주관한 토론회에 참석한 어느 사회복지사가 토론에 참여한 페널 중 한분이 “사회복지사무소는 현재의 시군구 단위에서 공급하는 공적부조 서비스에 국한하되, 전문성을 담보한 사회복지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별도의 조직일 뿐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서비스와는 중첩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사실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필자가 답할 성질의 것이 아님을 말하면서 나 역시 의문의 꼬리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물론 시범사업 중이며 향후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그 실체가 드러나겠지만, 시범사업 중에 있는 지역의 사회복지사무소는 어떠한지를 몇몇 지인들을 통하여 들을 수 있었다.

입장에 따른 일방적인 시각이 작동했을 것이라 감안하고 들었음에도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 이였다.

지방의 J시 소재 시범사업 중인 사회복지사무소의 경우 사회복지관과 매우 유사 혹은 중첩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나아가 해당 지역의 사회복지관 사업 실적을 요구(?)하여 실적화 한다는 현실을 듣고는 예상했던 염려를 확인하는데에 충분했다. 

사회복지사무소는 공공복지전달체계의 비효율성·비전문성으로 급변하는 복지수요에 효과적 대처 미흡하고 시·군·구 복지조직은 잦은 인사이동, 전문성 부족 등으로 중앙의 정책을 읍·면·동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또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수립 미흡, 읍·면·동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모든 복지업무를 전담하고 있어 행정업무에 급급하고 취약계층의 발굴, 상담 및 전문적 서비스 제공 곤란, 공공·민간 복지기관간 정보 공유와 연계·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복지서비스의 중복·누락 발생, 지난 5년간 복지예산은 3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국민의 복지체감도는 정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존재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사회복지 서비스 정책의 전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며 공감한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 척박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신념과 전문적 노하우를 유지해온 민간 사회복지 기관과의 진정한 민관 파트너쉽이 훼손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현재의 일련의 상황들을 유추해보면 전국의 기초단체 단위에 또 다른 형태의 ‘거대 사회복지관’이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다. 

E-MART가 들어오더니 동네 슈퍼마켓을 잠식하고 결국 건강한 경제 활동의 인위적 개편이 이루어져 국민경제에 위협을 가하는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보면서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었다.

사실 사회복지 서비스에서 ‘서비스의 주체가 누구인가?’보다는 ‘클라이언트에게 누가 더 효율적,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노하우와 전문성, 섬세한 지역 자원 할용, 클라이언트의 접근성 등을 감안할 때, 직접 서비스(Direct service)는 민간 기관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복지사무소는 설치 목적에 부합하는 공적부조 서비스 중심으로 역할 분담이 명확해져야 할 것이다.

완전한 사회주의적 복지국가를 지향하지 않는 한 민간 복지기관의 활성화는 효율성 측면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장해야 할 사안이다.

혹자는 이러한 논리가 민간 기관의 경쟁력 한계 때문이라고 치부하지만 결코 인정할 수 없다. 보건소가 동네 민간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 앞선 것을 보았는가.

상호 경쟁과 갈등 구조로 치닫지 않고 서로가 상생하는 건강한 구조는, 사회복지사무소는 직접 서비스를 집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양하고, 현재의 공적부조 서비스의 질적향상에 집중하며, 민간 기관과 협력하여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복지 시스템을 기획하고, 현장의 서비스 집행 기관인 민간 기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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