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봉사회장 / 경찰·소방공상자후원연합회 

현직 경찰관이 공무상 상해를 입은 경찰 및 소방관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나서 주목받고 있다. 용산경찰서 이태원지구대 순찰반장을 맡고 있는 이학영(54).

 

경찰종합학교를 졸업하고 28년째 경찰관으로 근무 중인 이학영 반장은 한 카페의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공무상 상해를 입은 경찰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고, 그 후 112, 119현장에서 다친 경찰과 소방관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공상연을 만들자고 주창하며 좌충우돌 뛰어다녔다.

 

현직경찰 신분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결국 경찰·소방공상자후원연합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가 왜 이렇게 경찰·소방 공상자들을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치는지 이유를 들어봤다.

“일반공무원은 출퇴근 시간에 교통사고로 다쳐도 공상공무원으로 국가유공자에 등록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반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공무에 충실한 경찰과 소방관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학영 경찰·소방공상자후원연합회 봉사회장은 경찰·소방관 공상자의 복리 후생을 위해 후원회를 만든 계기를 이같이 말했다.

 

경찰·소방공상자후원연합회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써 경찰60년사에 자생적으로 탄생한 최초의 단체이다.

 

이 회장은 5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유공자 등 예우법에 대해서 잘 몰랐다. 5년 전 112신고출동 현장에서 주취피의자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머리를 크게 다쳐 식물인간이 된 수원중부서 장용석 경장이 병원비 걱정, 생활비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와 이를 본 대통령이 지원하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는 방송을 봤다.

 

그는 그 후 3~4개월 후에 같은 내용의 방송이 계속되기에 어찌된 일인가 의아해 했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사안인데도 아직 개선되지 않는 것은 뭐가 잘못됐다고 생각돼 자초지종을 확인해보니 지금 논하는 예우법이 잘못돼 있어 그렇다는 것을 알고 법이 제대로 설 때까지 우리 스스로 십시일반해서 돕자고 만든 것이 공상연입니다.”

 

당시 그는 ‘국민여러분 112 신고하지 마십시오, 신고할 자격 없습니다. 아니 누구 때문에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병원비, 생활비 걱정을 하게 한단 말입니까?’라는 글을 썼다.

 

“예우법 4조1항6호에 따라 공상으로 크게 다쳤는데도 근무할 수 없으니 수당 없이 기본금여만 주고, 면직되지 않았으니 유공자 등록도 안 되는 상황에서 치료 이외에는 아무것도 지원받지 못해 생활비가 없어 고통 받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국가유공자등 예우법 중 모든 공무원은 공상 시 국가유공자로 등록돼 정부의 지원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30여년 전 군부시절에 군인과 경찰은 위험률이 높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명분하에 일반공무원과 구별하기 위해 이 법 제4조1항14호에서는 ‘군경은 제외’라는 단서조항으로 빠져 나오면서 이 법 제4조1항6호와 군인연금법 등에서 별도지원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경찰은 빠져나오기만 했지 대체입법을 만들지 못해 현재까지도 단돈 10원도 지원받을 수 없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경찰과 소방공상자의 국가유공자 등록에 관한 법 개정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 다녔다.

 

하지만 현직 경찰관으로 정부의 법 개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현직 공무원이 뭘 한다는 것은 첩첩이 장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개인취미활동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현장경찰관입니다. 하지만 동료의 아픔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죠.”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일반공무원은 출퇴근 시간에 교통사고로 다쳐도 공상공무원으로 국가유공자에 등록돼 왔다. 그러나 국민의 긴급구호요청 SOS인 112사건현장에서 범인검거과정에서 다친 경찰관이 단순한 치료이외에 한푼도 지원이 없고 오히려 수당이 빠진 줄어든 봉급으로 개인부담의 특약비 간병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가족 생계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같은 동료 경찰들이 단체를 만들어 십시일반 한다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상연을 만들자고 주창하면서 좌충우돌 뛰어 다녔다.

 

그 과정에서 공상연 설립소식에 자극받아 재단법인‘참수리사랑’이 설립됐다. 그때 이것이 돌뿌리로 작용하면서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내지 못할 때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던 것 같다고 그는 회고했다.

 

물론 그 후 소방공무원도 경찰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현실을 알면서 소방관계자들과 뜻을 모아 행정안전부 산하에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등록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학영 회장이 원하는 것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4조1항6호와 4조1항8호 개정이다.

 

현 ‘국가유공자등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4조1항6호는 적용대상 국가유공자로 공상군경(公傷軍警)으로 돼 있다. 즉,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으로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를 입고 전역하거나 퇴직한 자로서 그 상이정도가 국가보훈처장이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제6조의4에 따른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신체의 장애를 입은 것으로 판정된 자이다.

 

이를 이 회장은 적용 대상 국가유공자를 공상군경소방(公傷軍警消防)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를 입은 경찰이나 소방공무원과 전역한 군인으로서 그 상이정도가 국가보훈처장이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제6조의4에 따른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신체의 장애를 입은 것으로 판정된 자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공상당한 경찰소방관에게는 현직에서 국가유공자 등록 되도록 해서 근무하지 못해 수당 없이 기본급여만 받음으로써 간병비 등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것을 유공자수당으로 보전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유공자등예우및 지원에관한법률 4조1항8호는 보국수훈자(保國受勳者) 내용이다. 정부개정안에는 군인으로서 보국훈장을 받고 전역한 사람과 군인 이외의 사람으로서 간첩체포, 무기개발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보국훈장을 받은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군인·경찰·소방공무원으로서 보국훈장을 받고 전역한 사람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경찰, 소방공무원도 군인과 같이 생명을 담보로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전시에도 군인과 같이 비상소집에 응해야 하고 범죄와 화재현장을 이탈 할 수 없으며 평화 시에는 오히려 군인보다 소방·경찰공무원의 희생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라를 지키는 일은 국가중요 3요소인 국토, 국민, 주권을 지키는 일. 즉, 보국활동은 3단체가 동등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다같이 장기근속 퇴임시 보국훈장을 수여해서 국가유공자로 대우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학영 회장은 연계되는 상훈법 개정도 촉구했다.

 

“국가를 지키는 보국행위는 군인뿐 아니라 경찰, 소방관도 포함되므로 경찰·소방관에게도 퇴임시 근정훈장이 아니라 보국훈장을 수여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가유공자로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회 정무위에서는 국가유공자등 예우법 개정을 준비 중에 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국민의 긴급SOS 112 119 숫자에 인생을 걸고 희생을 덕목삼아 명예를 양식으로 살아가는 소방·경찰인들이 사후를 걱정해서 움츠려들지 않도록 국가유공자법 등 관련법령이 제대로 개정되도록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나보다 못한 이웃들을 위해 배려하고 봉사하는 들무새 의인들이 이 땅의 영웅으로 제대로 평가받는 정의와 배려가 살아 숨 쉬는 안전한 아름다운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길 다 같이 기원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미국 뉴욕경찰의 경우 공무수행 중 부상당한 공상자는 기존의 급여 100%를 지급 받는다. 치료비용은 뉴욕 시정부에서 전액 책임진다. 부상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해 더 이상 경찰관으로 근무할 수 없을 경우엔 장애연금(Disability Pension) 혜택을 받아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마지막 받은 급여의 75%를 매달 평생 받는다.

 

또 경찰은 순직·공상 뿐 아니라 평소에도 치과나 안과 치료를 하게 되면 의료보험에서 치료비를 100% 지원한다.

 

경찰·소방공상자후원연합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상자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한 사업과 홍보 그리고 사회기반 사업 구축을 위해 바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에 전국 1만2000여개 초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처음 실시한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우수상 이상 입상한 학생 34명으로 발족한 ‘들무새학생기자단’ 활성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들무새학생기자단은 지난해 해경의 협조로 독도탐방행사를 진행하면서 독도 앞바다 해경함상에서 발대식을 가졌으며 지금은 1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에도 공상자 가족 및 자녀들이 동참하는 국토사랑 국가에 대한 애국심 고양을 위해 독도탐방도 지난해에 이어 기획하고 있다. 해경 함대 협조를 받아 1박 2일 코스로 9월 중 추진할 예정이다.

 

이 들무새학생기자단과 학교주변 무도관 유단자들이 하나 돼 들무새청소년선도단을 구성해서 학교폭력퇴치운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으로 지금 서울 모 초등학교를 상대로 시범실시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서 3월부터는 단계적으로 전국적으로 확대실시 할 계획이다.

 

4월 중에는 청계광장에서 들무새 영웅이야기 캠페인 ‘혼불’을 지난해에 이어 준비 중이다.

 

“들무새란 ‘남의 굿은 일을 힘껏 도와줌’이라는 순우리말입니다. 봉사정신이 잔뜩 들어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이지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소방관 경찰관의 애칭으로는 제격이라는 생각에 2008년 11월 7일 청계광장 행사 때부터 우리 단체의 애칭으로도 채택해 지금까지 ‘들무새 영웅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사회의 덕망 있는 인사를 중앙 이사장으로 영입하고, 전국 16개 시군구와 읍면동까지 전국 조직으로 후원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학영 회장은 오늘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며 현장에서 묵묵히 근무하고 있는 전국 15만 경찰·소방관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회장은 “경찰과 소방관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 속에서 명예를 생명으로 살아가는 충성집단으로써, 군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대표하는 공권력의 상징이자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능력을 개발 보강하며 언제나 청렴하고 친절해야 하고, 자신이 떳떳하지 못한 부정 부조리 속에서는 어떠한 요구나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느 한 사안을 처리함에 있어서도 그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민의 입장에서 수긍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면 진정한 이땅의 파수꾼 들무새 영웅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는 또 국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도 부탁했다.

 

“저희 현장 소방·경찰관들은 국민의 이해와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이젠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하고 정의로운 국가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국민여러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을 주시면 우리 소방·경찰인들도 보은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도 화재현장에서 다친 소방관과 112현장에서 피해를 당한 경찰관들이 상처의 고통보다 더 아픈 경제적 어려움과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그들은 젊은 시절 어느 학교에서 본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는 문구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실과의 괴리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이성헌, 이인기, 김소남, 정두언 의원이 공동으로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다듬고 있어 국가유공자 예우법이 조만간 개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12 119 숫자가 소방관과 경찰관들에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고 그들과 가족들은 어떤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길 바란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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