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시행과 더불어 진행된 한 달간의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이 지났다. 단속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성매매 업주들은 사업 재개의 움직임을 보이며 보란 듯이 법을 우롱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물론, 단속 기간 중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을 앞세워 시위를 벌이는 뻔뻔함도 잊지 않았다. 법은 제정되었지만 정작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 남성중심적인 고정관념으로 망언을 일삼고 있고, 대다수 몰지각한 언론들은 성매매 방지법으로 인해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양 왜곡된 보도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으며,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조차 '성매매는 필요악'이라는 고정관념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과연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들은 성매매하면 인류의 역사를 들먹이며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결코 근절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도덕적으로는 악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남성의 성충동은 본능이고,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며, 정해진 파트너가 없는 남성은 여성을 강간할 우려가 있으므로 합법적으로든 비합법적으로든 여성의 몸을 살 수 있는 제도나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 남성은 아내 이외에도 성적으로 즐길 수 있는 대상을 가질 수 있고, 갖는 것이 남성다운 것이라는 남성중심적인 성문화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중적 규범들, 이는 남성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여성의 몸을 돈으로 살 수 있고, 산만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남성중심적인 사회문화 구조의 문제이며, 엄밀히 말하면 권력관계의 문제이다. 여기서 당연히 돈을 지불하는 자가 권력의 우위에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행히도 남성의 권력이 유지 발전되어온 가부장제의 역사이고, 그 역사에서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은 소외되고 착취되고 억압받아 왔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의 가장 극단적인 한 형태이다. 성매매의 착취적인 구조는 봉건제를 거쳐 사회가 자본주의화하면서 더욱 공고해졌고, 최근에는 전지구적인 자본주의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심각한 계급적, 착취적 양태를 띠고 전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거대한 성매매 산업조직이 형성되고, 그 연결고리의 최하층에 제3세계 여성들이 있다. 경제가 발달하지 않은 국가의 나이 어린 여성들이 서구 남성들의 성산업의 도구로, 성적 노리개로 팔려가고 있는 것이다.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의 저자 캐슬린 베리는 인간의 본성인 '섹스'가 가질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될 때 인간은 사물이 되고, 이런 대상화는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인권의 근본 전제 조건인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성매매의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ꡐ인권ꡑ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성매매의 구조 속에서 여성의 몸은 대상화될 뿐 아니라 수많은 자본의 착취 고리들에 의해 돈버는 기계나 도구로서 취급될 뿐이다. 연구에 의하면, 세계 전역의 매춘 여성 80~90 퍼센트가 포주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어떻게 그런 조건 속에 들어가게 되었는지에 상관없이 그들은 빠져 나올 수 없으며 성폭력과 착취에 종속되어 있다고 한다. 도망치려고 할 때 여성들이 직면하는 것은 구타와 폭력 등 끔찍한 학대다. 그리고 그녀가 번 돈도 그녀의 것이 아니다. 선불금에 각종 벌금에, 이자까지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착취의 고리는 영속된다.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듯 성매매는 결코 여성들을 위한 경제적 대안이 아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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