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왜 죄인, 벌레 취급 받아야 합니까?”

지난 해 10월 명예훼손과 다중위력행사에 의한 협박 등으로 아파트 주민들을 고소한 한 정신장애인의 누나 A씨는“지난 10개월 동안 가족이 겪은 고통에 대해 가해자들도 잘못은 깨달아야 하지 않겠나. 돌을 던지면 맞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 후회스럽다”고 털어놨다.

A씨는“동생의 의료비, 생활비 및 합의금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 가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수모와 멸시 등을 겪으면서도 온 가족이 희생하며 동생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며 “지역주민들이 마녀사냥 하듯 가족을 몰아세운다면 결국 동생을 버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동생의 폭력성이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나부터가 동생 때문에 평생을 고통과 희생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며 “전문의 소견으로는 정신분열이란 것이 과장되게 반응할 수는 있지만 없었던 일을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4개월의 입원기간 동안 뚜렷한 폭력 징후 보인 적이 없었으며 그 정도의 제어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장 측에 정신장애인이지만 약물치료로 인해 완화될 수 있고, 꼭 사고치는 것이 예정돼 있는 것이 아니며 가족과 의료진도 노력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협조를 구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 동생이 하지 않은 일까지 부풀려서 입주자들에게 더 큰 위협감과 공포심을 조장, 사람들을 선동했다”고 힐난했다.

아울러“그들은 아버지가 집 창문을 치고 들어오는 조경수를 잘라 낸 일을 동생이 무자비하게 낫으로 조경수를 베어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며“그들에게 동생이 아무런 이유 없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는지 정말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욕설과 무력이 난무한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각서를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쓰기는 썼지만 죽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며 “그것이 자신들의‘끈질긴 권유’로 인한 것이며 자신들의‘성공’이라고 선전함으로써 또 한 번 가족들을 심한 모멸감으로 몰아넣었다”고 진술했다.

“이 일로 인해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시지 않기도 했고, 어머니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되는 등 가족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며“동생은 면회를 간 가족들에게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냐“며 집에 가고 싶다고 매번 조르는 통에 가족들 가슴이 찢어졌다”고 개탄했다.

“경검찰이 이 사건을 불기소처분하기 이전에 피고소인들 주장에 근거가 있는지, 동생에 대한 처우와 가족에 대한 모욕과 위협, 무력의 행위들이 과연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정당한 것인지를 면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며“이러한 수사가 뒷받침돼야 정신장애인과 가족들도 존중받아야 할 인격이며 함께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바로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 사건은 경찰이‘공공의이익’을 내세워 지난 1월12일 불기소(혐의없음)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사건일지(정신장애인 가족 제공)

2009년 5월26일

B(30, 정신장애 2급)씨가 거주 중인 아파트 놀이터에서 농구공을 차서 담을 넘기자 공 주인인 아이의 엄마가 욕설을 하며 B씨의 집까지 따라왔음. B씨가 그 엄마에게 전치 1주 상해를 입힘. B씨 가족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350만원의 합의금을 6월초 지불함. 

경찰서에서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장 등이 아무런 대책 없이 B씨를 경찰서에서 밤을 새도록 해 아침에 B씨 부모가 B씨를 바로 입원 조치함. 

5월27일~6월9일

27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B씨의 집을 찾아와“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냐”“당신들이 살 수 있는 길은 이 방법 뿐이다”며‘이사 간다’는 내용의 각서 양식을 가져와서 도장을 찍으라고 했지만 B씨의 부친은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없고 쓰지 않겠다”고 밝혔음. 그러나 부녀회장, 관리사무소장이 또 찾아와 B씨 가족이 B씨의 입원사실과 B씨의 상태를 설명하며 재차 이사 갈 수 없다고 하자 오히려 B씨의 부친에게‘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 함.

6월 초에는 부녀회장, 부녀회 임원 2명이 길에서 만난 B씨 모친에게 “예전에도 어떤 사람을 주민들이 쫓아내 이사가게 했다”며 “더 험한 꼴을 봐야 겠느냐. 청와대에도 연락해 방법을 취하겠다”밝혔음.

6월1일

입주자대표회의가‘정신질환자 강제전출 및 강제 요양치료 요청 탄원’을  화성시장, 보건복지가족부 등 지자체와 관련부처에 접수함.

6월9일~10일

‘정신질환자가 부녀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어서 주민회의를 해야 하니 관리사무소 앞으로 모이십시요“라는 아파트 전체 안내방송을 실시함.

10일에는 100여명의 주민이 B씨 집에 몰려와 문을 열라고 함. B씨 모친이“지금은 나와 갓난아기 밖에 없으니 나중에 애기하자”고 하자 집 문을 발로 차고, 베란다 모기장을 찢고 확성기를 들이대고“더 이상 불안에 떨며 살 수 없다. 떠나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농성을 30분 이상 지속함.

B씨 부친을 노인정으로 불러들이고 나서야 농성 중단됨. B씨 부친이 노인정에 들어서자 30대 남자가“x새끼야”하고 달려 듬. 사람들이 B씨 부친을 상단에 앉힘. B씨의 누나 도착해 “동생이 병원에서 나오면 재활 위해 요양시설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여러분 생각처럼 사이코패스 아니다”라고 했으나“야 xx야 정신병자를 방치한 것들이 말이 많아”“잘난 척 하고 있네 가족이라고 옹호하지 마라”“미친것들 정신분열자는 갑자기 뒤에서 사람을 찌를 수도 있다 그것도 모르냐”등 여기저기서 폭언이 이어졌고 동대표라는 중년여자가“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뭐가 애착이 남아서 그러냐. 떠나라”며 악을 쓰기도 했음.

한 남자의“이사 간다는 각서를 써라”는 말에 B씨 누나가“온 주민 동의를 받아 와라”고 말함. 한 남자가“개 같은 x”라고 욕을 해서 부친을 모시고 나가려 하자“x같은 x! 가만 두지 마”라고 40대 중반 남자가 소리 지름.

이에 사람들이 몸으로 들이대고 B씨 가족을 막아섰고 “씨xx 너 가만두지 않을 거다. 눈에 띄기만 해 봐라”고 욕을 했으며 사람들이 B씨 가족을 노인정 안쪽으로 다시 밀어 넣음. 노인회장이“당신네들 이렇게 보낼 거였으면 오라고 하지도 않았다”며 B씨 누나를 앉히고 각서를 쓰게 함.

6월11일 

'정신질환자 전출을 위한 주민회의 경과보고' 각동게시판 공지.

10월7일~8일 

사회복귀시설 입소절차조건 중 건강진단검사가 일주일 소요됨에 따라 B씨가 집으로 돌아오게 됨.

노인회장,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어떻게 할거냐 이사가라”는 전화에 가족들은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B를 자극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함.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일주일 간 집에 돌아온 문제 관련, 주민회의를 소집한다는 내용의 방송을 4차례에 걸쳐 했으며, 이 방송을 들은 B는 그동안의 가족들의 설득에도 불구, "시설입소 싫다"고 하고“누굴 위해 약을 먹냐”“가족이 맞냐”며 약물복용을 거부, 다시 병원에 입원시킴. 

10월30일 

경찰에 고소인 고소장 제출

12월30일 

고소인, 피고소인 대질 심문

이 자리에서 피고소인 4명이 지난 6월10일 사건 관련“7~8명이 모인 가운데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B씨 가족이 자발적으로 각서 작성했다”고 진술했다고 함.

1월12일 

경찰에서 검찰에 불기소(혐의없음)로 사건 송치

2월초

B씨 가족 검찰로부터 사건현황통보서 받음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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