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검찰 등 국가기관은 이번 정신장애인가족 사건(본지 3월10일자)을 통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며 인권의 가치는 소중하다는 것을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7일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정신장애인가족 괴롭힘 사건, 1500명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김칠준(전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변호사는 "경찰에 이어 검찰 또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 사건을 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 모두가 정신장애인에 대해 '가족에 위해가 되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 내 주변에 얼쩡거리지 말았으면 하는 이기주의와 편견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입으로, 몸으로 직접 인권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신장애인의 어머니는 "검찰이 무조건 우리 가족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주민들도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 아이가 하지도 않은 일을 허위로 부풀려서 안내방송과 공지문 등을 통해 소문내고 이사가라고 각서를 강요하는 등 주민들의 행위가 편견과 폭력이라는 것은 분명히 가려져야 하지 않겠나"고 호소했다.

이어 "만약 검찰이 공공의 이익으로 판단한다면 정신장애인 가족은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며 "제발 정신장애인 가족의 생존권과 인권문제로 봐 달라"고 요청했다.

김순득 수원시정신보건센터 회원은 "99명을 위해 한 사람이 희생하기 보다는 한 사람도 같이 살 수 있도록 99명이 배려하는 것이 바로 인권"이라며 "사람도 마치 물건처럼 쓸모 있는 것은 취하고 쓸모 없는 것은 버리는 그런 사회로 가다 보면 당신도 결국 버려질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17일 정신장애인 가족이 수원지방검찰청 민원창구에 1536건의 탄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이 기자회견은 지난 10월 한 정신장애인 가족이 집단강요, 협박 및 명예훼손 등으로 지역주민들을 고소했으나 경찰이 공공의이익 등을 내세워 지난 1월 이 사건을 불기소(혐의없음)로 검찰에 송치하자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에서 '공공의 이익'으로 결정이 나는 것을 막고자 벌여온 탄원운동 결과 접수된 1536건의 탄원서를 수원지검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탄원운동에는 윤석용, 이정선(이상 한나라당), 박은수(민주당), 정하균(친박연대), 곽정숙(민노당) 의원 등도 동참했으며, 이들의 탄원서는 수원지검 지검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신장애인 가족 변호를 맡은 소라미(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이 날 정신장애인 가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서, 의견서 등 20여건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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