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 친고제 규정 먼저 폐지돼야 합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정계는 23일‘성폭력 비친고죄 개정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소수 범죄자 극형 위주 처벌 실효성 있나”며 “성폭력 고소율 7.1% 장벽, 친고죄 규정 먼저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정숙 의원에 따르면 성폭력에 대한 고소, 신고율은 7.1%(2007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불과하며 43.2%의 기소율(2008 범죄자 처분결과, 법무부)과 유죄판결되는 비율을 더하면 성폭력 범죄로 확정되는 경우는 전체 성폭력 발생 건수 중 매우 미미한 비율이다.

이들은“성폭력 범죄는 5대 강력범죄 중 하나임에도 친고죄로 규정돼 있어 '범죄’라는 인식이 일반인들 사이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며“이슈가 되는 대형사건에는 관심이 집중되지만, 개별적.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 개인이 고소를 결심하느냐 여부에 맡겨져 여전히 은폐, 암수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친고죄에 따라 성폭력은 피해자가 치부, 감추어야 할 문제라는 왜곡된 인식을 확산해 왔다”며 “이 규정 취지대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기보다 잠재적 성폭력범죄자를 비호하고  잘못된 메시지를 줌으로써 성폭력 범죄에 담대히 나아가게 하는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친고죄의 경우, 가해자는 합의를 하기만 하면 형사절차를 완전히 종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합의에 대한 유인이 매우 크다”며 “합의를 위해 과도한 연락과 방문으로 성폭력사건이 주위에 노출되는 등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제2의 피해를 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곽의원은 “현재 국회에는 전자발찌 소급적용, 사형집행 추진, 보호감호제 부활 등 극단적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부과하는 형벌을 위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제도들은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가의 실효성 여부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인권침해 및 위헌의 소지가 있음에도 생색내기용으로 성급히 추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성폭력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기대가 더 성숙해지고 있는 이 때, 성폭력 비친고죄화는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곽정숙 의원은‘강간죄.강죄추행죄 등에 관하여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일부개정안을 지난 2009년 7월8일 발의한 바 있으며 이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률안소심사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박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