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성년후견제는 약간의 행정비용이나 비효율성을 초래하더라도 피성년후견인의 접근성, 안정성 및 자기결정권, 이익 증대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었습니다.”

지난 19일 이룸센터에서 열린‘성년후견제 추진연대 독일연수 보고대회’에서 한진수(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씨는 이같이 소개했다.

이번 독일연수는 지난 1월16일부터 26일까지‘2009년 사회복지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성년후견제추진연대 및 사회복지 실무자들로 구성된 연수단이 독일 성년후견법원, 성년후견청, 성년후견사단, 성년후견 관련 기관 등을 직접 방문, 관련 전문가와 미팅을 통해 운영상황과 전달체계 등을 파악하고 관련 자료 등을 수집했다.

한 씨는“제도적으로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성년후견인 청구권자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피성년후견인이 원하는 장소에 판사가 직접 찾아가 원하는 방식대로 인터뷰하는 등 제도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의유보 및 허가유보 등을 통해 피성년후견인의 재산.복지.신상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씨는 한국 성년후견제 추진방향에 대해 ▲피성년후견인에 초점을 맞춘 성년후견제 설계 ▲성년후견 관련 기관들의 역할 정립 및 상호 네트워크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성년후견인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요건 도입 ▲성년후견 업무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고를 대비한 보험 등 안전장치 마련 등을 제언했다.

박미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는 “독일은 판사의 재량권을 크게 신뢰하고 있었다”며  판사가 직접 피성년후견인 당사자가 친숙한 환경에서 면담을 진행하는 등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우리나라의 경우 후견업무 담당 판사가 최소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법무부 차원에서 정기적인 직무 및 인성교육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은주(서울정신보건센터) 씨는“독일 장애인 그룹홈의 경우 모든 비용을 100%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는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었다”며 “모든 복지문제의 궁극적 책임은 국가가 진다는 믿음 아래 법적 성년후견을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독일은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성년후견제 소개>

․핵심 전달체계, 성년후견법원 성년후견청 성년후견사단

독일의 성년후견제를 이루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전달체계인 성년후견법원, 성년후견사단, 성년후견청은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성년후견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의 선고, 성년후견인 선임,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업무 범위 및 내용을 결정, 성년후견인에 대한 감독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성년후견사단은 공익적인 성격을 가진 민간단체 중 주정부로부터 성년후견사단으로 인정받은 단체로 지역사회 자원봉사성년후견인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등 자원봉사성년후견의 활성화를 위한 업무와 아울러 직업성년후견인을 별도로 고용, 전문 성년후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년후견청은 주정부 사회서비스국에 소속된 기관으로 성년후견법원의 업무보조, 지역 성년후견 관련단체들과 네트워크 구성 및 협력 활성화, 성년후견제 관련 정보제공 및 홍보활동, 성년후견서비스 제공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성년후견제 청구권자

독일의 경우 성년후견인을 받고자 하는 본인, 가족, 친족, 이웃 등 모든 사람이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이 행정력 낭비를 감수하면서 신청자 제한규정을 두지 않는 이유는 피성년후견인이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해 발생하는 서비스로부터의 배제를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성년후견 재판

성년후견 재판은 피성년후견인을 선고하고 피성년후견인에게 적합한 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재판과정의 대부분은 피성년후견인의 욕구와 상황을 최대한 파악, 성년후견인의 필요정도와 업무범위 및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성년후견 업무범위

성년후견 업무는 피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 신상감호, 복지 등에 관한 법률행위로 업무범위를 재한하며, 피성년후견인의 복지에 심각한 위해가 되지 않는 한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단 예외적으로 피성년후견인의 재산 및 신상에 심대한 위험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하여는 동의유보(법원에서 직권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어 행위) 및 허가유보(성년후견법원의 허가를 받아 행위) 등을 통해 피성년후견인이 중대한 위험으로부터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성년후견비용 

독일 성년후견제는 무보수에 의한 자원봉사 성년후견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성년후견업무에 대한 후견비용은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에서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단, 피성년후견인이 후견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 후견비용은 정부에 청구할 수 있다.

후견비용 결정시 성년후견인의 학력, 후견업무내용, 시간 등을 고려해 후견비용이 결정되며, 이를 위한 상세한 매뉴얼이 존재한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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