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26일 이모(뇌성마비 1급)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개인적 용무를 보기 위해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시청 쪽으로 이동하던 중 안중근의사 서거100주년 행사 행렬 때문이라며 경찰에 의해 이동을 제지당했다. 행렬이 지나간 후에도 풀어주지 않아 이씨가 항의하자 전경이 각목을 휠체어바퀴 아래에 넣어 휠체어를 고정시켰다.

# 같은 날 유모(뇌성마비 1급)씨도 시청역에서 경찰이 이유없이 길을 막아 한 시간이 넘도록 움직이지 못하고 고립됐다. 경찰에게 이유를 묻고 항의를 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 지난 4월6일 정부의 활동보조제 개악을 알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던 문(여, 뇌병변장애 1급)모씨를 경찰이 둘러싸고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피켓을 빼앗았다. 이에 항의하는 문씨를 경찰은 휠체어에서 밀쳐서 떨어뜨렸으며 문씨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420장애인차별공동투쟁단은 지난 14일 “경찰이 장애인의 거리통행을 이유 없이 봉쇄했으며 휠체어에서 밀치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며 장애인 인권 탄압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공투단은 지난 3월25일부터 1박2일에 걸쳐 보건복지부 앞에서 ‘전국장애인대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4월6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활동보조개악 규탄 1인시위를 진행했다.

공투단에 따르면 경찰은 광화문거리 뿐 아니라 안국역, 시청역, 을지로거리 부근 어디에서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출입과 이동을 통제하면서 ‘어디를 가느냐’고 용무를 일일이 묻고, 길을 막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 등 장애인의 이동, 출입을 이유 없이 통제했다. 

공투단은 “일부 경찰의 답변대로 불법시위의 우려 때문이라면 불법행위가 벌어진 상황에서 법집행을 해야 한다”며 “우려만으로 출입과 이동 막는다면 전 국민이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날 열린 ‘장애인권탄압 경찰폭력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이모씨는 “전경이 각목을 휠체어 바퀴 밑에 넣은 것은 대단히 계획적”이라며 “지나가는 비장애인을 밧줄로 묶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 씨는 “범죄자도 아닌데 가는 길을 왜 막나”며 “장애인 인권현실 아직도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자에게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출입, 이동할 수 없도록 공권력이 막는다”며 “이러한 인권탄압에 대해 좌절을 넘어서 끝까지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장서연(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경찰이 지나가는 시민의 길을 막고 용무를 물을 수 있는 권리는 어느 곳에도 없다”며 “필요한 경우라면 경찰은 소속과 이유를 밝힌 후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이번 경우처럼 왜 막는지조차 밝히지 않은 채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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