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차원 생명.상해보장기금 제도화로 시설-이용자간 분쟁 최소화

“시설 이용장애인들에게 전문적 기능을 통해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 정책에 공동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세 협회로 분리된 장애인복지관련 시설 통합에 우선 순위를 둘 계획입니다.”

임성만 제10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은 지난 2월 26일 치러진 선거 공약 사항 중 앞으로 3년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협회 통합은 일종의 카르텔 방식으로 정책공조와 서비스 연계 등을 협의 조정할 수 있는 협의체 형식을 제안했다.

탈시설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생활과 함께 시설의 개선 통한 시설 이용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정도 인정돼야 한다며 거주서비스 장애인의 욕구와 수요에 따라 종합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서비스는 이용계약방식의 법제화로 정부와 시설,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제9대 회장에 이어 제10대 회장에 연임된 임성만 회장으로부터 장애인복지시설협회의 운영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9대 회장에 이어 10대 회장에 연임됐다. 각오 한마디.

숨 가쁘게 달려온 3년인 것 같습니다. 화살과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지난 3년 협회는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을 둘러싼 급속한 변화와 장애인 및 사회의 요구, 그리고 실천현장의 주체적 변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 작업들을 차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설 현안사항의 해결을 위한 미시적 접근도 있었지만 보다 본질적인, 거주시설과 관련된 법과 제도 변화를 통한 거시적 접근이 협회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거주시설 관련 주요 정책 과제를 선정하고 연구 작업을 통해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3년 조금은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준비해 온 것들을 법으로 연결해 제도화하고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할 일이고 다짐이라고 할 것입니다.

협회 차원에서 시설 장애인들의 사회활동 지원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협회에서는 2008년 전북대 김미옥 교수, 성공회대 김용득 교수 연구진과 시설종사자로 구성된 현장 참여연구단 중심으로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참여매뉴얼’을 개발하고 보급하였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장애인의 이용자 참여 개념 확립과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09년에는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참여매뉴얼’ 시범사업을 총 9개 시설에 진행해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자들의 참여에 기반한 서비스 선택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설 내외의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 과정에서 주체적 참여와 선택을 통해 이용자가 삶의 주체로서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9년부터는 전국의 장애인생활시설 이용자들의 권리옹호를 위한 자기표현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기표현 대회를 통해 지적장애인의 자립과 동등한 주체로의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장애인복지시설 내에서 이용자 참여가 중심 문화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탈시설을 요구하는 장애인의 목소리가 높다. 회장님의 의견은?

탈시설화란 20세기 초부터 점진적으로 시도돼온 장애운동으로써 정상화(Normalization) 시설 내 비정상적인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지역사회를 기반한 장애문제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탈시설화가 정상화, 지역사회 기반의 접근이라는 긍정적인 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지예산의 축소와 복지책임의 민간이전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활용됐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봅니다.

탈시설화는 먼저 케어와 훈련에 관한 대체적인 방법을 지역사회에서 개발해 이를 발전시켜 시설 입소를 예방하고, 다음으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재활과 훈련프로그램을 받아온 모든 거주자를 지역사회로 돌아가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시설에서 인간과 시민권 지켜주고 언제나 지역사회에서 생활로 개인이 신속히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거주환경을 확립하고 유지할 것을 주요 과정으로 합니다. 이처럼 탈시설화는 과정으로써 의미가 있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탈시설화의 요건으로 손광훈 교수는 ▲규제가 많은 생활에서 적은 생활로 ▲큰 시설에서 작은 규모의 시설로 ▲큰 생활단위에서 작은 생활단위로 ▲집단활동에서 개인생활로 ▲지역사회와 격리된 생활에서 지역사회 내에 통합된 생활로 ▲의존적인 생활에서 자립적인 생활로 이행하는 것 등 여석가지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탈시설화는 일차적으로 시설보다 지역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시설의 개선을 통해 시설 이용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정도 탈시설화로 인정돼야 합니다.

즉,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시설의존을 줄이기 위해 가정이나 가급적 가정 상황에 가까운 환경에서 비시설적인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거주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서비스 선택권을 부여하고, 복지수요자에게 가장 적절한 형태의 거주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생활에 필요한 적절한 서비스를 행함으로써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돼야 합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장애인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1~6개월 정도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위기대처를 해주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조금 긴 기간 동안 거주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신변상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집에서 적절한 케어를 받지 못해 옮겨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단순 거주서비스만 지원해주면 될 것이고, 의료적 서비스가 필요한 와상장애인에게는 의료적인 서비스까지 수반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거주서비스 기능은 장애인의 욕구와 수요에 의해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탈시설 장애인들의 사회적응 준비를 위한 방향 조언

장애인이 집을 떠나 다른 장소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게 하고, 상황이 바뀌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삶의 거처를 옮겨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시설에서 살 것이냐, 시설을 없애야 하느냐 등의 문제가 아니라 ‘거주지원’라는 큰 개념의 틀로 묶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탈시설화는 장애인에 대한 거주지원의 스펙트럼을 명확히 나열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원래의 가정 또는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것으로 최우선과제로 하고, 거주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가장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거주지원 스펙트럼에는 장애인생활시설(요양시설, 재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체험홈, 공동생활가정, 단기보호시설, 가정위탁보호, 위탁양육, 자립생활 체험홈, 자립생활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중 현재의 거주지원 시설은 최대한 가정과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 예산의 지원 등을 통해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시설 인프라 상황은?

한국의 장애인복지시설은 크게 장애인생활시설,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유료복지시설,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로 나뉩니다. 이중 장애인의 거주서비스를 지원하는 복지시설에 대한 인프라를 말씀드리면 2008년 12월 기준으로 장애인생활시설은 347개소,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중 장애인주간보호시설 365개소, 단기보호시설 84개소, 공동생활가정 400개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의 가장 큰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

저는 장애인거주시설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법적 정의와 이에 따른 기준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거주시설의 기능을 격리와 수용의 관점으로 지역사회와 분리된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거주시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의 서비스 기준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거주시설의 기능과 역할과 발전을 제한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나아 갈 방향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이는 시설의 개별적 노력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관련법을 개정하고 서비스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서비스 최저기준을 마련해 2010년 거주시설 지침에 권장사항으로 제시했고,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협회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작업과 서비스 최저기준이 거주시설에 잘 안착될 수 있는 보완사항 등을 점검하고 지금도 추진 중에 있는 서비스 최저기준 실행 매뉴얼 보급 등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주시설에서는 이러한 법 및 정책변화에 대한 준비를 이용장애인 중심으로 준비하는 것이 지금의 방향이고 방법이라고 봅니다.

시설에서의 성폭력 등 불미스러운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최근 들어 성폭력을 비롯한 인권 문제, 운영상의 비리 문제 등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를 보면 무척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까? 문제가 발생하는 시설만의 개별적인 문제일까? 아님 제도적 문제일까? 본질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까지 협회는 윤리, 인권관련 교육 등을 통해 문제 예방과 해결을 도모했고, 정부는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 강화, 평가제도의 도입 등을 통한 문제 예방과 해결 방안을 찾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된 장애인복지법 개정, 서비스 최저기준 적용, 이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 등의 제도적 장치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협회나 시설에서는 이용장애인의 인권, 참여, 선택을 기존으로 하는 기관운영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교육 연수와 더불어 실천을 위한 실질적인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각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장애차별과 편견이 개선된 면이 일부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각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UN장애인권리협약 등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되고 있습니다.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이나 제도적인 개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고 차별금지를 강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차법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국가 차원에서 더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봅니다.

실천현상에서도 차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토론, 학습을 통해 사고의 전환과 구체적 실행 방안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함께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사회일반의 의식전환을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쉽게 만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늘어날 것입니다.

선거 당시 공약사항으로 세 협회로 분리된 거주시설, 복지관, 직업재활시설을 총연합회로 재통합한다고 했는데

제가 이번 협회장 선거에서 가장 우선으로 내세운 공약입니다. 장애인을 중심으로 소위 전문영역의 시설들이 개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 영역의 전문적 기능을 통해 장애인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먼저 이용장애인들의 욕구와 선택을 위해서 전문영역간 서비스 연계가 필요합니다. 기관중심이 아닌 이용장애인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개별 영역의 기관들이 연합해 정부 정책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합방식은 현재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의 사무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책 공조 및 서비스 연계 등 협의 조정할 수 있는 협의 조직을 두는 연합회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카르텔 방식입니다. 연합회 회장은 각 단체가 돌아가면서 맡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좋은 예로 경기도의 경우 3개의 단체가 연합회로 함께 활동하고 있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임기 중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우선 장애인에게 거주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법적으로 통합하고, 각 시설을 기능별로 유형화 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법은 장애인생활시설과 지역사회재활시설로 구분하고 있어, 동일한 장애인거주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생활시설과 장애인단기보호시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지원기준이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또 국가 사무인 복지서비스의 민간위탁에 따른 정부, 시설, 이용 장애인 등 3자 이용계약방식을 법제화함으로써 정부와 시설,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시설서비스에 대한 최저기준 마련, 서비스 기준에 따른 비용산정 및 정부 부담금 기준 마련, 이용자 권리보장 방안 마련 등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장애인이 참여와 선택권을 강화하는 등 창의적인 시설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가 의뢰로 이루어지는 서비스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생명과 안전의 보호를 위해 국가차원의 생명 및 상해보장기금을 제도화해 시설과 이용자간의 분쟁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입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희망의 메시지 한마디

우선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모든 장애인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장애인의 날이 의미가 불쌍한 장애인을 위로해준다는 식의 행사가 아닌 장애인의 진정한 권리증진과 인권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뜻 깊은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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