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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기초연금' 충돌…"소득 보장 위해 유지" vs "수급 축소해 빈곤 개선"소득보장파 "기초연금 범위 축소시 국민연금 강화해야"
김희라 기자 | 승인 2024.04.22 09:02

"기초연금을 유지해 국민연금으로 부족한 노인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vs "수급 범위를 줄여 더 어려운 노인에 대한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세 번째 숙의 토론회에서는 기초연금 수급 범위 축소 여부 등을 두고 소득보장파와 재정안정파의 주장이 충돌했다.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유지해 국민연금으로 부족한 노인의 소득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줄여 소득 하위자의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위)는 20일 연금 개혁을 위한 500인 시민대표단 숙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지난 13일과 14일에 이은 세 번째 토론회로 이날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등 구조개혁안'이 주제로 다뤄졌다.

기초연금은 노인에게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해 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시민대표단은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현행 70%로 유지하는 1안과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하위 소득자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는 2안에 대해 토론했다.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현행 70%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70%의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2022년 기준 58만6000원에 불과하다"면서 "기초연금은 (수급 범위를 축소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더라도) 공평성의 문제로 국민연금 수급액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 받는 노인을 줄이고 싶다면 국민연금 보장 수준을 높여줘야 한다"고 했다.

주은선 교수는 "우리 (국민) 연금액은 너무 낮고 이러한 저연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당 기간 기초연금이 공적 연금을 넓게 보완해 줘야 한다"며 "노인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덜 빈곤해질 거라고 얘기하지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제외한 빈곤율인 시장소득률은 10년 동안 57% 전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노인빈곤율 지표가 갑자기 좋아지기는 어렵다.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빈곤 문제가 좋아질 거라는 낙관할 근거도 없다"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넓게 유지하면서 더 빈곤한 노인에게는 주거 수단 같은 별도 소득 보장을 추가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적정 규모로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야만적인 노인 빈곤 상황에서는 기초연금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기초연금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고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 숫자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늘어 17년 전 500만명에서 지금은 1000만명 가까이 되고 있다"며 "기초연금 받는 노인 수도 650명으로 2배 이상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 범위 70% 기준을 보면 15년 전에는 68만원인데 노인 학력 수준과 소득 자산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213만원이 된다"고 전했다.

김수완 교수는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2.8배 높다"며 "노인 10명 중 7명에게 기초연금을 30만원 넘게 드리는데 10명 중 4명이 빈곤한 이유는 기초연금액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연금 기준선 속도를 덜 가파르게 높여가면서 빈곤한 분들에게 더 많이 (기초연금을) 드리게 운영해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기초연금을 모두 똑같이 주는 방식으로는 노인빈곤율을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우리 인구구조가 안정화되고 고령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이 높아지면 그때 가서 기초연금을 더 많이, 두껍게 드리면 된다"고 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기초연금이 노인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만, 정말 빈곤한 분들에게는 급여가 충분하지 않다"며 "미래 노인들은 지금 노인보다 상당히 여유 있는 부분이 많다. 국민 연금액도 많고 더 많은 자산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70% 고수하는 대신 중간 정도로 지급 기준을 변경하면 지급 대상이 줄고 더 빈곤한 분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축소하고 보장을 넓히면 지역가입자들의 국민연금 납부를 기피할 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받는 대상을 줄이면 그만큼 노인 빈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기초연금 대상을 축소하고 높게 급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받는 액수가 비슷할 때 지역가입자들은 국민연금 내는 걸 기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수완 교수는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확 줄이자고 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장기적으로 줄이자는 것"이라며 "기초연금을 받으려고 일 안 하거나 국민연금 가입 안 하는 상황이 더 많아질 리가 없다"고 받아쳤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과 보험료율을 10년 이내에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2안'으로 추려진 데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김수완 교수는 "1안과 2안 소득대체율은 10%인데 보험료율은 1% 차이다"면서 "10%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5% 올려 18%로 높였어야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제안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기금 소진 시점에 맞춰 13%로 제안했는데, 이후 재정 적자는 심해진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제갈 교수는 "생각하지 못했던 세대간 형평성을 위해 사회적 투자를 하는 방안을 의제 숙의단에서 (제시) 해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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