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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서울시 '요양사업' 지원사격에도 '님비' 등 걸림돌 산적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시니어케어 시장도 개화기 맞아
김희라 기자 | 승인 2024.04.25 09:08

보험업계가 요양사업 발전을 위해선 규제 개선이란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이 요양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치매·간병 등 요양 상품과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님비(NIMBY·혐오시설기피) 현상과 '임차 규제' 등 걸림돌이 남아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요양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곳은 KB라이프생명이다. KB라이프생명은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2016년부터 사업을 영위 중이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실버타운인 'KB평창카운티'를 완공한 데 이어 서초와 위례에서 운영 중인 노인요양시설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은평‧강동‧광교 등에 추가로 개소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최근에는 실버타운 입주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도 내놨다.

신한라이프도 1월 요양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하며 본격적인 운영 계획을 밝혔다. 신한라이프케어는 이미 내년 경기 하남미사 노인요양시설 오픈을 목표로 부지 매입을 마무리했다. 또 2027년 설립을 목표로 서울 은평구에 실버타운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DB손해보험도 요양사업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요양사업이 활발하게 확장되면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모두 올해 핵심 과제로 보험사들의 이 같은 사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꼽을 정도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은 현행 건강보험을 민간에서 보완해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노인세대와 달리 경제력과 소비력을 갖춘 베이비부머의 요양 욕구는 다양해질 것"이라며 "정부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31년에는 누적 준비금도 소진된다. 정부는 물론,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내놨지만 막대한 비용이 최대 걸림돌이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이 치매·간병 위험에 대한 보장수요를 충족하고 정부의 부담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요양사업을 기존 상품과 접목하기 좋고 성장잠재력도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케어(요양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8년 8조원에서 2022년 14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15.6% 성장하는 추세다.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103만명에서 167만명으로 연평균 12.7% 증가했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KB골든라이프케어 고위 관계자는 "수요-공급 상황과 정부정책 방향 등 거시적 환경은 시니어케어사업이 향후 큰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유망사업인 것은 확실하며 지금 시장 재편기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도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해 요양사업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2000가구 이상으로 지어지는 신축아파트에 노인요양시설 설치 의무화를 추진한다. 시는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때 노인요양시설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의 노인요양시설은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인원이 발생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이미 초고령화 사회인 서울에서는 수요가 지속해서 늘 수밖에 없는데, 시유지나 구유지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님비를 넘어서야 한다. 서울 금천구 한 새마을금고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짓고 있는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집값 떨어진다"는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송파구의 실버케어센터는 아예 무산됐고 여의도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용적률을 더 높여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해도 노인요양시설은 결사반대하고 있다. 시는 공익 목적으로 위해 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역민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시대인 만큼 노인요양시설을 생활편의시설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을 도시 밖 요양병원으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살던 곳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웰다잉'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유치원·어린이집을 지역사회의 중요한 인프라로 보듯이 노인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도 누구나 이용하는 생활편의시설로 볼 필요가 있다"며 "집 근처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토지·건물 임차' 규제도 보험사들이 넘어서야 할 규제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가 1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

요양시설 난립을 막고 잦은 개·폐업으로 인한 입소 노인의 주거불안을 막는다는 취지에서다. 이 때문에 현재 대다수 보험사가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토지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족한 요양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토지·건물 임차'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영세 요양시설 난립과 돌봄 공공성 저해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복지부가 발표한 계획에는 장기요양 질 제고, 공공성 강화, 재정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며 "시설 불안전성에 따른 노인요양의 안정성 부실화, 과도한 시설화, 요양 분야에 금융자본 진입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은 본업(보험상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인데 시설 및 요양 서비스를 부실하게 만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기존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그들을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함께 논의해 건설적인 산업을 만들고자 함인데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양사업에 속도를 내려면 규제 개선이 급선무"라며 "정부가 최근 분양형 실버주택을 허용하는 등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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