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에 앞서 연주할 곡들을 설명하고 있는 이희아 양.

양손 다 합쳐 4개뿐인 손가락, 무릎아래 다리마저 없는 선천성 1급 장애인 이희아(21)양. 손이 까져 피가 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혹독한 연습의 반복이었지만 그녀는 손가락이 열 개였다면 오히려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불편한 손을 감사해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이희아 양. 그녀의 네 손가락 연주에 감동이 묻어난다. 얼마 전 영국 템즈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마치고 창동 은명교회 초청공연에 나선 이희아 양을 만났다.

 

-올해 대학 새내기로 첫 학기를 마쳤는데요. 그 동안의 대학 생활과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20년간 엄마와 헤어져 홀로 생활 해 본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대학 기숙사 생활은 저에게 큰 도전 이었습니다. 학교생활은 이른 오전부터 오후까지 연습을 해야 하고 저녁엔 숙제까지 마쳐야 하니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그래도 국립재활복지대학의 멀티미디어음악과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피아노뿐만 아니라 화성법, 성악 등 기초부터 배울 수 있어 무척 좋아요. 엘튼존처럼 싱어송 라이터가 제 꿈이거든요. 얼마 전에 있었던 영국 템즈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연습에 최근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큰 공연을 마치고 나니 뿌듯해요.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피아노 연습을 거부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였거든요. 피아노 선생님만 봐도 숨이 막힐 정도로 피아노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컸었어요. 그러다 기적 같은 만남이 찾아 왔고요. 왼손만으로 피아노를 치는 라울 소사의 내한 공연에서 겉잡을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예술이 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장애가 있고 없고, 피아노를 잘 치고 못 치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나중에 라울 소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저를 격려해 줬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하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연주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 연주가 가능할까 의아해 합니다.

엄지 손가락 관절이 자유자제로 움직일 수 있어 건반을 누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요. 다만 손가락이 네 개 이다 보니 남들보다 배가 넘는 연습이 필요했죠. 무엇보다 엄마의 열정이 컸어요. 7살 때부터 하루 열 시간씩 피아노를 쳤거든요. 유치원에 다녀오면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아야 했어요. 엄마는 완전하게 악보를 익히기 전까지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게 했을 정도로 혹독한 연습을 시키셨죠.

피아노만큼 노력을 요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때 피아노을 치지 않았다면 장애를 슬퍼하고 삶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피아노가 치기 싫어 울면서 매달린 적도 많은 데 지금은 엄마께 정말 감사해요.

 

-언제 봐도 항상 밝은 얼굴이에요.

제 이름 희아의 뜻이 ‘기쁨의 싹’이에요. 낙천적인 성격으로 고민 같은 것 잘 할 줄 몰라요. 네 손가락으로 태어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구요. 손가락을 두 개 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합니다. 내 손을 생각해 보면 아주 귀한 보물의 손이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 는 생각으로 힘들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제 연주를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어요.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목표를 갖고 부단히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 진다고 생각 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연주를 들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경훈 기자 hankihag@bokjinews.com

 

최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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