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비가역성 혼수상태의 최중증의 뇌병변장애인만 1급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장애등급판정기준은 활동보조 등 모든 사회서비스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뇌병변장애인 두 번 죽이는 장애판정제도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유흥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은 이같이 주장했다.

올해부터 개정된 장애등급판정기준은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보행 및 주된 증상인 마비 정도와 범위, 불수의 운동 유무 이외에도 식사, 계단오르내리기 등 일상생활동작 평가를 바텔지수로 사용하도록 보완했다.

이에 따라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지속적인 비가역적 혼수상태이거나 보행과 모든 일상생활동작의 수행에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수정바텔지수가 19점 이하인 사람에 한해 1급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 회장은 “뇌성마비, 뇌졸중, 뇌손상 각각의 장애특성에도 불구, 보행 및 일상생활 동작에 따른 획일화된 바텔지수로 판단하는 것은 연령과 재활치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차이를 간과한 오류”라며 “언어장애나 마비의 경중과 상관없이 식사와 용변처리가 가능하면 1급판정을 불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장애등급판정기준은 소위 전문가로 불리는 집단이 특정 사람을 분류하는 잣대”라며 “장애수당, 장애인고용장려금, 장애인연금, 활동보조인서비스제 등 복지혜택 수급기준으로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생존 여부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작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등급판정기준은 비인권적이고 의료적 판단에 의한 기능적 손상만을 강조해 온 기존의 장애판정제도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사회통합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연대발언을 통해 “가짜장애인 잡겠다는 허울 좋은 핑계로 사회서비스 예산 줄이려는 보건복지부야말로 사기꾼”이라고 힐난했다.

박 대표는 “두 팔을 못 쓰는 뇌병변장애인이 걸어다닌다고 활동보조 못 받게 하면서 장애인들 이간질시키고 자기검열하게 하는 복지부는 필요없다”며 “차라리 기획재정부로 가라”고 꼬집었다.

임수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장애인은 중증, 경증을 가릴 것 없이 노동시장 진입하기 어렵다”며 “이런 실정이라면 장애인 모두에게 활동보조, 장애수당 등 사회 복지서비스 제공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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