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 제11부(부장판사 강을환)는 선천적 장애를 가진 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어머니 이 모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씨는 장애를 지닌 딸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생명을 빼앗았지만, 자수했고 남편 등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측도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더 이상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어 장애아를 살해한 어머니에 대해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형이 확정되었다.

우리는 인간 생명의 가치에 대해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중 잣대로 판결 한 이번 재판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보통 아동 살해 사건의 경우 10년이 넘는 징역형이 선고되는 것이 판례이다. 아무 저항능력이 없는 아동을 살해했다는 이유에서 가중처벌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생후 2개월 밖에 안 된 영아를 살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라는 이유에서 이처럼 관대한 판결을 내린 것은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데 있어 장애인이라는 것이 작용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지난해부터 발효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10조에 따르면 ‘당사국은 모든 인간은 첨부의 생명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다른 사람들과 대등하게 장애인이 생명권을 효과적으로 향유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6조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금지를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아동이 장애를 이유로 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다른 아동과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장애인에 대한 생명권 보장과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법원 스스로가 법을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이번 판결로 인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무죄나 다름없는 관대한 판결을 계속 내린다면 장애인에게 이 사회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사회에서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법을 집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장애인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죽음이 정당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공정하고 엄중하게 집행해야 하는 법마저 시혜와 동정으로 바라보고 결정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누구나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장애를 가져도 인간답고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힘써 주시기를 바라며, 다시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UN장애인권리협리협약모니터링연대

김인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