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유아 살인사건에 대한 법원의 양형판결에 대해 장애인단체의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30대 여성이 생후 2개월 된 딸의 얼굴을 덮어 살해한 후 자수를 했고 법원은 집행유예(징역3년 집행유예 5년)를 선고했다.

장애계는 이번 판결이 일반적인 존속살인에 대한 형량(7년이상의 징역)에 비해 낮은 처벌수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을 평가절하하는 우리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처사라며 강도 높게 판결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애유아를 살해한 엄마에게 중형을 내려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애인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인식이 낮은 형량으로 판결을 내리는 데에 영향을 주었고, 이같은 양형이 유아살인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죄를 범한 엄마를 중형으로 다스리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환경이 장애아동의 엄마가 처한 상황이고, 제2의 살인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엄마는 장애아동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죄의식을 갖게 되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걱정에 짖눌린다.

아이가 문제가 있어 검사와 진단을 받을 때 엄마는 다시 심적 고통을 겪는다.

국가가 인정하는 장애진단을 받기 싫어 미루고 또 미루어 보지만 결국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장애등록을 한 후 '장애카드'를 받는 순간, 엄마는 이제껏 겪어 온 어떤 아픔에도 비할 수 없는 큰 절망감에 빠진다.

엄마는 장애에 대한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혼자 감당하고 혼자 해결해야한다.

병을 고칠 수 있는 병원이 어디인지, 어떻게 키우면 되는지 말해주는 이는 없다. 인터넷을 뒤지고 알음알음 물어갈 뿐이다.

혼자서 정보를 찾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지만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로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거나 시행착오를 경험할 때 엄마는 다시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엄마는 아이의 건강, 불확실한 미래, 주변의 태도 등으로 인해 늘 우울하다.

하지만 엄마는 우울할 겨를도 없다.

장애자녀의 형제에게도 엄마인 것이고,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장애가족이라는 주변의 눈총도 따갑고, 장애아이로 인해 다른형제들이 그 친구로부터 놀림을 당해 위축될 때 엄마는 달래어 주어야 한다.

이때 양육부담을 함께 져야 할 아버지가 비협조적일 때 엄마는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아동기 자녀는 집중적인 교육과 치료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유치원으로, 또는 어린이집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다녀 보지만 이미 정원을 넘어 선 상태다.

사설기관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걱정이다.

치료시설에서 손·발이 결박된 상태로 잠을 자다 사망한 대구장애유아 사망사건과 같은 비극적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휩싸이게 된다.

학교서도 마찬가지다.

장애로 인한 입학거부로 학교문턱을 넘어서기가 수월치 않다.

신학기마다 교사를 찾아다니며 자녀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의 협조만 얻으면 되지만 중․고등학교부턴 과목마다 교사가 따로 있어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녀에 대해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엄마는 한계를 느낀다.

교사나 친구들로부터 차별을 받는 것을 목격하거나 그로인해 장애자녀가 의기소침해 질 때마다 엄마의 가슴은 미어진다.

하지만 이런 아픔을 겪을 때마다 하소연할 대상이 없다.

엄마는 장애자녀의 통학과 통원, 형제관계에 있는 비장애자녀의 양육, 가사일, 집안대소사 등으로 쉴 새가 없다.

자녀가 중복장애인 경우 엄마의 신체에도 무리가 생겨 대부분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스케줄에 맞추어 생활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전혀 가질 수 없어 대인관계의 폭은 점점 줄어든다.

장애인 자녀를 키우지 않는 어머니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경제적 어려움도 엄마를 힘들게 한다.

장애자녀의 조기노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지만, 당장의 의료비, 교육비, 생활비 등을 조달하기도 급급해 미래를 위한 투자는 거의 불가능하다.

중복장애로 장기입원이나 약복용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의료비 부담이 엄청나다.

과중한 경제적 부담에 비해 국가지원은 현실적으로 턱없이 모자라고 그 자격도 수급자로 제한되어 있다.

게다가 양육부담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도 엄두를 낼 수 없다.

엄마는 자신의 삶의 마지막 순간조차도 편히 눈감을 수 없다.

사후에 자녀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자녀가 어떻게 될지 두렵다.

대한민국의 장애아동 엄마는 자녀양육에 따른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고통으로 외로이 지쳐만 간다.

지금도 정부의 지원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이미 그 자신의 목숨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한계에 달하고 만다.

그리고 홀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범죄자인 것이 아닙니다…"라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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