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에 거주하는 라우프(가명)은 극단적 기후 현상으로 이주를 경험했다. ©세이브더칠드런

2021년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지 3년이 된 아프가니스탄에서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피난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2024년 상반기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피난민의 수가 2023년 전체 기후 피난민 수를 초과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2024년 6월 27일 기준, 지난 180일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피난한 사람이 최소 3만 8000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아동이다. 국제이주모니터링센터(IDM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프가니스탄에서 가뭄, 홍수, 산사태, 눈사태, 태풍, 기상 이변으로 이주한 사람이 2023년 전체 기후 피난민 수인 3만 7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초 발생한 파괴적인 홍수의 여파가 더해지지 않은 까닭에 실제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2023년 말 기준, 아프가니스탄에서 기후 재난으로 집을 잃은 아동은 총 74만 7094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숫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지난 반세기 가까이 끊임없는 분쟁으로 이주민 숫자가 많이 늘어났으나, 2022년 이후 기후 재난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아프가니스탄의 재난 중 가뭄을 기후 피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콩고민주공화국, 기니비사우, 수단에 이어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가장 취약한 나라이지만, 위기 대응 및 기후 적응에 실패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기후 충격과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아프간인 3명 중 1명은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PC) 3단계인 ‘위기’ 수준의 심각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34개 주 중 25곳에서 최악의 가뭄이 계속돼 인구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가뭄 피해가 가장 큰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주는 수백 개 이상의 우물과 식수원이 말라 붙어 이주가 불가피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인도적지원을 펼친 한 마을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전체 가구 중 절반이 피난했고, 남은 가구는 아동이 장시간 걸어 물을 길어 오거나 가축과 같은 식수원을 사용하는 바람에 질병이 확산했다.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에 거주하는 라우프(13세, 가명)는 300미터 가량 떨어진 저수지로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긷기 위해 이동하는 탓에 학교에 늦는 경우가 잦았다. 라우프는 “동물들이 먹는 물과 같은 물을 마셨어요. 물을 길어서 집에 도착하면 따뜻해져 있었고 그 물을 마시고 아팠어요. 새로운 수도 시스템이 생겨서 멀리까지 물을 구하러 가지 않아서 좋아요. 이제는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는 깨끗한 식수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깊은 시추공을 뚫고 태양광 패널로 작동하는 새로운 수도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대상으로 식수 트럭을 활용해 188만 1천 리터 분량의 식수를 제공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 9개 주에서 기후 재난에 대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7개 주에서 파트너 NGO와 협력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 아샤드 말릭은 “기후위기가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식수원이 파괴됐으며,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신생아들은 조부모 세대와 비교해 일생 동안 5.3배의 가뭄에 직면할 것이다.”라며,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한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로 아프가니스탄 GDP의 40%, 공공지출의 80%를 책임지던 국제 원조가 감소했다. 인도주의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격차를 메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76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보건 영양, 교육, 아동 보호, 생계 지원 서비스를 통해 아동과 가족의 생명을 살리는 활동을 추진해 왔으며, 2021년 8월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한 이후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보건 영양, 교육, 아동보호, 식수 위생, 생계, 긴급 현금 지원 등을 확대했다. 올해는 5월 북부 바글란 지역에서 홍수 피해를 당한 2만 5190명을 포함해 총 51만 3542만 명을 지원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아동과 가정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 모금을 진행한다.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https://url.kr/eqfd16), 하나은행 계좌 379-910018-04804(예금주: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윤희 기자  bokji@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