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아무런 표지도, 안전장치도 없는 구덩이에 빠지면 누구 책임입니까.”

지난 16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광화문 광장 장애인추락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홍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같이 반문했다.

이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행정당국의 책임"이라며 "이번 추락사고도 똑같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중앙계단. 계단과 광장을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이 날 기자회견은 ‘장애인활동보조살리기 신문고를 울려라’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이동하던 전장연 활동가 장모(뇌병변장애 1급)씨가 계단에서 추락, 왼쪽 관자놀이가 5cm 정도 깊게 찢기는 등 상처를 입은 사건 관련, 관할인 서울시에 책임을 묻고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실시됐다.

한편 당초 전장연은 사고지역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전장연의 광장 진입을 차단하자 국가인권위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과 진정을 함께 진행하게 됐다.

얼핏 장 씨의 사고에 대해 개인 부주의, 과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사고는 장애인들이 이동과 공공시설 이용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다치게 만드는 이동 편의시설 부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사고 장소인 광화문 광장은 우리나라와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민 공간으로 상징적 의미를 가진 곳이지만 지하철 역사와 연결된 중앙광장 계단은 광장 대리석과 색깔차이가 없어 시각적인 식별이 어려운 뿐 아니라 안전펜스, 안내표시 등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홍구 대표는“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보행과 이동에서 가장 기본이 돼야 할 안전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누굴 위한 디자인서울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또“보건복지부가 광화문광장에 장애물 없는 환경 인증을 수여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사람이 추락하고 다치는 곳을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내세우는 복지부나 서울시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청계천 복원사업에서도 장애인 접근ㆍ이동 편의시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작년 8월 광화문광장 오픈했을 때 오 시장이 장애인도 안전한‘장애물 없는 곳’이라고 내세웠지만 사고지역에서 기자회견도 못 하게 진입을 막는 걸 보니 ‘장애물’이 아닌 ‘장애인’이 없는 곳이 광화문 광장”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우리도 인간, 국민으로서 생명의 위협 없이 이동하고 접근하길 원한다”며 “인권위가 이번 문제에 대해 인권감수성에 입각한 판단 및 조치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직장인 임(37)모씨도 “비장애인들도 광장을 이동할 때마다 계단이 식별되지 않아 아찔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높이에서는 더욱 계단을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복지를 말로만 거창하게 하지 말고 가장 바닥의 제일 어려운 곳부터 챙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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