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장애판정제도를 강화하는 추세 가운데 장애계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전면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향방이 주목된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장애등록제도 국민적 신뢰 회복 시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부터 신규로 등록하는 1~6급 전체 장애인에게 장애등급심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7년 4월부터 장애등급심사 결과 장애등급이 36.7% 하향됐으며 등급별 하향률은 1급에서 2급으로 25.6%, 3급 이하로의 하향은 14%였다.

하향된 원인으로 장애진단서와 진료기록지상의 장애상태가 상이한 경우 74.3%, 장애판정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판정된 경우 14.0%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관련 전문가들이“장애등급심사에 따른 높은 등급 하향율은 그간 장애등급을 높게 써주는 관행이 있었음을 반증하며, 장애등급을 평가받는 장애인과 이를 진단하는 의사간 인간적 유대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장애등급심사제도는 장애판정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복지혜택의 시발점이 되는 장애인등록제도가 제대로 운영돼야 보다 자격 있는 장애인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복지부 추세와 관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단체는 지난 9일‘장애등급폐지와 사회서비스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장애인복지서비스의 기반이 돼 온 장애판정제도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에 돌입했다.

박홍구 한자협 회장은 “장애등급심사 강화한다는 복지부 의도는 서비스 대상 줄여서 장애인복지 필요도 축소해 지속적으로 장애인예산 줄이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정말 가짜장애인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가짜장애인 문제 내세워 전체 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복지부 의도는 지적돼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선진국들은 장애인 개별적인 욕구를 중심으로 복지정책 편성한다”며 “우리나라는 사회적 환경 및 개별적 욕구, 의사 반영하지 않고 신체적 조건으로만 등급을 매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복지부는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의학적 기준만으로 복지서비스 획일화하고 있다”며 “2,3급으로 장애등급 하향됐지만 활동보조 절실한 사람에게 서비스제공을 중단하는 건 폭력”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복지부는 관리․통제 강화하려는 수단으로 장애등급제 이용하면서 이 제도의 근본적 문제 외면하고 있다”며 “장애등급제폐지공대위를 통해 장애등급에 따른 복지서비스 제공이 아닌 각 복지서비스마다 개별적인 판정기준 갖추는 체계 만드는 등 장애인복지 근간을 바꿔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도현 전장연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열린 '장애등급제폐지 교양대회'에서 “사람이 소, 돼지도 아닌데 라벨을 붙여 획일적으로 복지서비스 줬다 뺐었다 하는 게 우리나라 장애등급제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대위에는 전장연, 한자협을 포함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행동하는의사회,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대위는 오는 7월21일 장애등급제의 문제와 향후 정책 방향 등에 대한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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