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수어통역센터에서 열린 ‘농아인의 건강한 노후와 의료접근성 향상 모색을 위한 간담회 개최. ⓒ서울재활병원

서울시 농아인의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서울시 산하 의료기관 수어통역 제공 방안 마련 정책토론회, 2022)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은 서울시 거주 장애인 중 지체장애인(41.97%)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15.8%)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고령 장애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건복지부 장애인 등록 현황(2022)에 따르면 서울 북부 지역(한강을 기준으로 14개 구) 거주 청각장애인 중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의 비율은 7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 지체장애인의 비율(59.6%)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2020 장애인실태조사

또한, 장애인 실태 조사(보건복지부, 2020)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47.7%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평가했으며, 최근 1년간 의료기관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경험(미충족 의료율)이 31.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이용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청각장애인의 12.1%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는데, 이는 다른 장애 유형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통계는 특히 고령 청각장애인들의 의료 접근성 개선과 건강권 확보가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에, 서울재활병원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이하 서울북부센터)는 청각장애인의 의료접근성에 대한 경험을 들어보는 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건강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3월 22일, 서대문구수어통역센터에서 열린 ‘농아인의 건강한 노후와 의료접근성 향상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한 장애인 당사자는 병원 이용 시 겪었던 어려움을 공유했다. “진료 예약 후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중 음성으로만 호명해 순서를 놓친 경험이 많았다. 호명할 때 직접 와서 터치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간호사가 바빠서 음성으로만 호명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수술 과정에서의 의사소통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수술 전 마취 과정에서 의사가 내 의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다. 다행히 마취과 의사가 수어 통역사를 수술실 안으로 들여 모든 과정을 소통할 수 있었다”며 “마취가 진행되는 동안 상반신에 대한 느낌이나 감각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만큼, 의료진 입장에서도 수어 통역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자는 “수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만큼, 의료 분야에서 농아인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건강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며 “건강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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