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가 없는 옷을 상상하면 어딘지 허전하다. 요즈음 일부 나비날개같이 어깨만 살짝 감싸는 옷말고는 대부분의 옷은 단추가 있다. 평소에 단추를 꿰지 않고 열어 놓고 다니더라도 떨어진 단추는 제자리에 달아놓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자세이다. 단추가 잘 못 꿰어지면 진도를 더 이상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순차적으로 잘 못 꿰어지면 나중에 풀어야 할 단추의 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헛수고에 헛손질로 시간만 더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분야를 보면 잘못 꿰어진 단추같이 일그러진 제도와 프로그램들이 많다. 장애인고용촉진에 관한 제도도 1990년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 제대로 고민하고 급하게 마련하느라 엉망이 된 부분이 많다. 의무고용률이 2%로 정해져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영계의 엄청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다. 남들은 모두 없앴거나 없애고 있는 적용제외율을 그야말로 가장 관대하게(?) 규정해놓았다가 제도 개선시에 경영계의 반발로 발이 묶여 억류되었던 아픈 추억도 있다. 의원입법의 형식을 빌려 철회시키기는 했지만 처음에 잘못 시작된 제도의 후폭풍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2000년 직업재활사업이 의무고용제에 기형적으로 붙어버린 법개정이야말로 이렇게 '잘못 꿰어진 단추를 연거푸 꿰어버린'격이다. 기초복지와 노동복지를 혼합하여 급한 김에 기금의 목적을 깊게 고려하지 못한 효과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직업재활사업이라는 중증타깃사업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기존의 공단사업이 확대된 모습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기금의 집행과정에서 노동부와 복지부의 보조기관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상존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금을 고갈되고 일반예산에 손을 벌리게 되었다. 기금을 일반예산으로 충당해야 옳을 불분명한 목적사업에 지원하여  고갈되니 일반예산을 받아온다? 무언가 뒤바뀐 상황이 아닌가 한다.

특수교육진흥법도 그렇다. 발달장애인 등에게는 집중적인 언어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반영한다는 것이 특수학교에 치료교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얼핏보면 많은 배려가 있는 것 같으나 학교 현장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과연 치료교사가 되기 위하여 전문성외에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이 과연 장애인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깊게 고려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학교에는 교사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잘못 꿰어진 법'에 또 하나의 단추를 잘못 꿰는 진도를 성급하게 나간 것이 아닌가 한다. 특수학교에는 선생님도 계셔야 하지만 부문별 전문가들도 그 전문성을 살려가면서 당사자들의 교육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학교에서 소화시키지 못하는 일을 사설기관의 전문가들을 통하여 해결하고 있는 장애인당사자와 부모들이 아주 많이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재정적인 부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를 학교 안에서 맡아주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은 국가에서 맡아야 한다. 학교에 전문가가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진도는 더 나아가서는 곤란하다. 최근 이에 대한 되돌림 운동이 장애인계와 국회차원에서 전개되는 것 같다. 의미 있는 일이다. 장애인계에서도 헤게모니를 상상하지 말고 당사자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생각하여 신중한 행보를 해야 할 것이다.  

유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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