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을 거대한 치료시설에 가두고 편리하게 관리해 온 역사를 바꾸려면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9일 국회에서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주최로 열린 ‘풀뿌리 정신장애인운동의 역사와 전망’ 포럼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같이 제언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 보장, 사회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며 “‘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는 단체이름을 통해 장애인들의 아픔, 고통스러움 드러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장애인이동권투쟁을 통해 버스타기운동, 100만인서명운동 등을 벌이면서 장애인들은 역사의 전면에 섰다”며 “장애인들의 집, 시설 격리 및 병신, 불구자 등 낙인화를 정당화했던 사회문화적 환경을 뚫기 위해 장애인 스스로가 나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정신장애인은 고용, 교육, 치료 등 사회전반에서 차별, 배제, 무시가 심각하다. 정신장애인 치료․교육도 중요하지만 차별적인 사회부터 치료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전략적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기자회견, 헌법소원, 법 제․개정운동 등 연대투쟁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정신장애연대에 조언했다.

이 포럼은 미국과 독일 등 풀뿌리 정신장애운동과 인권운동의 발전, 지역사회정신보건서비스의 현황 및 장애인 인권운동 경험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에서 정신장애인 인권옹호를 위한 방향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날 최길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30년 전 시작된 풀뿌리 장애인인권운동단체 NAMI(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의 가족대 가족교육, 동료 대 동료 프로그램 등 교육체계를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식전달 위주의 전문가들에 의한 교육이 아닌 정신장애인의 아픔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 및 가족들의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독일의 경우, 2차세계 대전 당시 유태인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과 동성애자도 학살했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불행한 과거를 반복할 수 있다는 반성 아래 인권에 대한 신념이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최교수에 따르면 베를린 리히튼베르그 보건정책과는 정신과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주업무로 하고 있으며 정신장애인들의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보험회사와 회의를 거치는 등 입원기간 평균 20일을 지켜내고 있다.

또 정신장애인 인권옹호단체인 KVPM은 강제입원, 약물 강제투여,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한 소송, 인권매뉴얼 제작 배포 등 조직적 옹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 교수는 “독일을 통해 정신장애인 자기결정권 존중, 지역사회정신보건 전담공무원 제도 도입 및 활성화 등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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