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체제가 다른, 그러나 우리와는 한민족이 분명한 이북에도 장애인이 있을까. 북한은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공식적으로 ‘북한에는 장애인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2003년 6월 18일 장애자보호법을 공표했다. 없었던 장애인이 2003년을 전후로 급증한 것도 아닐 터. 느닷없는 법공표를 두고 일부에서는 재정지원을 위한 형식적인 법공표라는 의견 등 다양한 분석이 오가고 있지만, 그 동안 북한장애인을 돕고 싶었던 측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장애자보호법 공표와 관련하여 4일 세계밀알연합회는 ‘효과적인 북한장애인 지원을 위한 NGO 정책 세미나’를 열고 장애인 관련 각계 전문가들과 북한 장애인 협력, 지원, 교류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세미나는 (사)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홍원식 사무처장과 고려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이철수 박사가 각각 ‘장애자보호법에 관한 발전적 고찰’, ‘북한 사회복지’에 관한 특강을 진행하고,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홍원식 사무처장은 특강을 통해 “공표된 북한의 장애자보호법에는 ‘국가는 장애자보호분야에서 다른 나라, 국제기구들과의 협조를 강화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해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도움을 받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라며 “법을 통해 북한 체제를 설득하고 동포애, 인도주의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북한 장애인을 돕는 법적 근거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수 박사는 “북한체제는 여전히 개방에 인색하기 때문에, 북한의 장애인 지원을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변화’(정책결정담당자나 기구)를 유도해야 한다”며 “이벤트성 지원형태를 지양하고 통합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대북 지원을 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강 이후 토론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동호 사무총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 한국시작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실장, 한국재활협회 조성민 부장이 참가했다. 토론은 그간 북한 장애인을 위한 공식적인 모임의 부재로 인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교류 수준에 머물렀다.

김동호 사무총장은 “북한 장애인 지원을 위한 공식적인 모임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향후 북한 장애인 지원이 활성화된다면 이 자리가 역사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열 소장은 “남북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준비단계가 시급하고, 단일화된 지원체계를 만들어 북한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익 사무총장은 “북한의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 등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을 하고 싶다”며 “시각장애인협회와 의견이 일치하는 단체가 있다면 연대해서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문희 정책실장은 “북한 장애인을 돕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원을 활용하여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며 “체제가 다른 북한의 장애인과 통합하려는 시도는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밀알연합회 이재서 회장은 “밀알연합회는 그간 3차례에 걸쳐 북한 장애인에게 45억 상당의 장애인용품 및 의약품을 지원해 왔다”며 “이번 자리를 통해 여러 단체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향후 실질적인 기구를 만들기 위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미화 기자 mihwa@bokjinews.com

유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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