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가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별서비스별 판정체계 수립 등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복지서비스 형평성 등을 이유로 장애등급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장애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등급제의 문제점 진단과 복지전달체계 대안모색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는 행정편의를 위해 의료적 기준만으로 획일화, 낙인화한 것”이며 “개인의 삶의 환경과 욕구가 고려되지 않은 복지체계는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을 구조화하는 장치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박 대표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장애등급에 의한 복지서비스 이탈이라는 폭력적 시스템”이라며 “복지부는 쥐꼬리만한 예산의 울타리 안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면서‘효율성’, ‘형평성’이라는 논리로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치훈 전국장애부모연대 정책연구실장은 “행인을 침대에 눕혀 침대보다 작으면 늘여서 죽이고 침대보다 크면 머리와 발을 잘라서 죽인다는 그리스신화 ‘프로쿠로스테스의 침대’이야기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도 장애인을 소득과 등급이라는 잣대에 맞춘 다음 예산이라는 도끼로 찍어내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2008년 복지부는 이미 장애인정책발전5개년계획 발표 시 의학적 기준 외에 근로능력, 복지욕구를 동시에 고려한 장애등록판정기준을 마련하고 각종 복지서비스 제공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중점추진과제 기조로 삼았다"며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사업을 위한 연구용역, 모의적용사업 등을 마쳤으며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김 실장에 따르면 같은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장애인복지인프라개편방안연구’를 통해 ▲장애판정의 엄격성 및 객관성 부족 ▲장애복지서비스 욕구에 대한 통합적 사정체계의 결여 ▲서비스 사례관리시스템 부족 등 우리나라 현행 장애판정 및 서비스욕구평가체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장애판정, 욕구사정, 서비스 제공 및 연계를 위한 ‘장애서비스판정센터’를 제안한 바 있다.

또 보사연은 이 장애서비스판정센터 설치모델로 독립기구를 만드는 독립형, 지자체형, 장애심사를 하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을 활용하는 공단형 등을 제시했으나 대표적 사회보험조직인 공단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의 판정과 욕구평가, 및 서비스제공 등을 연계하는 업무를 담당케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김 실장은 “복지부의 모의적용사업에서는 독립형은 배제된 채 지자체 내․외부형으로 실시됐다”며 “현재 장애인장기요양보험제, 장애등급재판정 등 장애인복지전달체계 시스템이 지자체 외부형(공단형)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철 한국농아인협회 부장은 “극히 일부의 문제인 가짜장애인을 내세워 수많은 장애인의 권리와 생존권을 박탈하는 게 복지부 할 일이냐”며 “비리, 문제 많은 공무원도 등급제로 평가해 옷 벗게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종균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장애등록 및 등급제에 따라 간접적인 복지서비스 혜택이 많아 폐지하기 어렵다"며 "이보다는 복지서비스 확대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이어 “부적정한 장애판정 사례가 많이 드러남에 따라 장애등급판정제도의 일관성,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지적 피하기 어렵다"며 "복지서비스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되도록 대대적 정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복지전달체계 개편보다는 노인 아동 여성 등 모든 복지수요자를 포함한 통합 사례관리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미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등급폐지와 사회서비스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오는 30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대위의 공식적 활동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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