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개발원이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가구에 주택개조공사를 완료한 모습. 가스렌지 위에 공간이 40cm밖에 안 돼 가스설치를 할 수 없다.

서울시 장애인주거편의를 위한 주택개조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화재위험에도 불구, 가스렌지 위에 수납장을 낮게 설치하는 등 ‘개념’없는 공사로 전문성 논란에 휩싸였다.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서울시의 장애인자립생활체험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 22일 3명의 뇌병변 장애인을 지난 4월말 계약한 전셋집(광진구 구의2동 소재)에 입소시켰다.

장애인자립생활체험프로그램은 시가 지난 3월부터 오는 2011년 12월까지 추진하는 사업으로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5개 기관에 1개 단체당 8200만원씩(전세 7000만원, 운영비 월 100만원) 총 4억1000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날 도시가스 설치를 위해 방문한 기사는 “통상 가스렌지 위에 1m 이상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 화재 위험이 있어 가스를 설치하기 어렵다”며 돌아갔다.

지난 6월25일부터 7월2일까지 씽크대, 세면대 교체공사 등 주택개조공사를 실시한 장애인개발원이 가스렌지에서 불과 40cm 위에 서랍장을 설치해 놨기 때문이다.

이에 박홍구 광진자립센터 소장이 장애인개발원에 항의하자 개발원 관계자는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처리해 주겠다"는 식으로 응대했다.

박 소장은 “40cm 공간에서는 냄비뚜껑도 들 수 없을 뿐 아니라 화재위험이 심각하다”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공사다. 성의나 장애인감수성은 둘째 치고 공학박사로서 전문성이 의심스럽다”고 힐난했다.

또 “우리는 장애인단체니까 문제제기라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장애인 주택개조 사업 대상자들은 시혜적으로 내려주는 분위기에 항의도 못할 것”이라며 “시와 장애인개발원은 주택개조 공사 전문성을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체험프로그램 입소자는 “깨끗한 도배와 장판이 된 새 집에 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씽크대를 보는 순간 암울해졌다”며 “서랍장이 저렇게 낮으면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가스렌지를 이용할 수 없다”고 침울해했다.

광진자립센터는 오는 27일 이번 장애인개발원 주택개조공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시는 지난해부터 장애인개발원을 사업수행기관으로 두고 지난 해 100가구(5억), 올해 151가구(10억) 규모로 장애인주택개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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