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종로보신각에서 장애아동복지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장애부모들의 집단삭발식이 열린 가운데 한 장애부모가 삭발 도중 분노와 결의에 찬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리 아이가 짐승처럼 버려지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아이보다 하루 더 살지 않고 죽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면 전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 나가도 상관없습니다.”

지난 달 31일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복지예산확대촉구 장애인부모집중결의대회’에서 장애아동 돌봄지원, 재활치료 등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장애인 부모 47명의 집단삭발식이 비장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들 중에는 국가인권위에서 지난 달 18일부터 14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상임대표, 최석윤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회장 등 7명도 포함됐다.

이들 부모들은 “추석을 앞두고 삭발에 대해 가족의 충격과 반대가 심했지만 장애아동을 키우는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장애인 인권 외면하는 정부 규탄하기 위해 결심했다”고 밝혔다.

윤종술 부모연대 상임대표는 “이제는 우리 아이들 권리 우리 손으로 찾아야 한다”며 “요구 관철될 때까지 단식농성 강행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최석윤 서울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다시는 누구에게도 (장애부모라는 이유로) 고개 숙이는 일 없기를 바란다”며 “오늘 삭발하면서 흘린 눈물은 마치 애완견에게 먹이를 찔끔찔끔 흘려주면서 만족하고 충성하라는 식으로 장애인을 대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의 눈물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곽정숙 의원은 “MB정부는 반인권, 반복지, 반서민적인 정부”라며 ”사람, 자연 죽이는 4대강 삽질에 쏟는 예산 10분의 1일이라도 장애가족 위해 쓴다면 장애부모들이 이처럼 단식농성, 삭발까지 해야 하는 일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날 부모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아니 참지 않겠다”며 “OECD 국가 중 장애인복지예산 꼴찌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를, 장애등급과 소득기준에 꽁꽁 묶여 가정해체를 종용하는 기형적인 장애인 복지를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우리는 서비스 소득기준 무너뜨리고 보편적 복지 실현할 것이며 장애등급제 깨부수고 맞춤형 복지체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예산부족’을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는 정부를 향해 통쾌한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2011년 장애아동재활치료바우처사업 대상자 5만명(2010년 3만7000명) 확대, 158억원 증액(복지부 2011년요구액 481억1000만원) 총 638억3800만원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 7000명(688명) 확대, 166억9900만원 증액(15억7000만원) 총 182억6900만원 등을 요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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