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운영하다 노인전문요양원으로 길을 돌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가 있다. 박길진 서부엘림노인전문요양원 원장. 박 원장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다가 복지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사회복지학을 새롭게 공부하면서 노인전문요양원으로 인생의 발길을 옮겼다.

박길진 서부엘림노인전문요양원 원장이 사회복지의 길로 들어선 것은 필연이었다.

박 원장은 구립 어린이집에서 19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했다.

어린이집에 잔뼈가 굵은 그가 노인전문요양원의 길로 진로를 돌릴 때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 하면서 다들 말렸다고 한다.

어린이 집과 노인요양원. 어찌보면 매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복지라는 마인드 때문입니다. 어린이 집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복지를 알았어요. 아~이것이 복지구나. 그래서 사회복지학을 다시 공부했고, 요양원을 운영하던 친구를 도와주다 아예 제가 맡아서 하다가 본격적으로 요양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박 원장이 요양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주변에서는 “사서 고생을 한다”며 이상한 눈으로까지 쳐다봤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했다.

박 원장에게 요양원 운영에 힘을 더해 준 것은 그의 아픔 때문이었다.

그는 시어머니를 3년간 병 간호를 했다.

“많이 힘이 들었어요. 10년 병간호에 효자 없다는 말이 맞더군요. 주변에서는 효부라고 칭찬일색이었지만 저는 소리마저도 듣기가 힘들었어요. 내가 직접 내 가족의 아픔을 겪어보니 환자가 있는 가족의 고통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힘을 냈어요.”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도 따랐다.

“처음 1주일간은 제대로 잠도 못잤어요. 혹시 입소 어르신이 밤에 생을 마감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과 긴장감 때문에 항상 전화기를 옆에 두고 잠자리에 들곤했죠. 또 비위도 약해 치매어르신의 변을 보고는 밥도 먹지 못할 정도 였어요.”

이런 그가 마음을 다시 잡은 것은 같이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힘이 컸다.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이 변을 보는 것을 보고 ‘어머 할머니 변을 예쁘게 보니 예쁘네요.’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죠.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르신들이 아이들처럼 예뻐 보이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정말로 어르신들이 예뻐요.”

가족처럼 모신다

서부엘림노인전문요양원의 모토는 ‘가족처럼 모신다’이다.

모토처럼 박 원장은 요양보호사 뿐아니라 모든 직원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요양원에서 일하기 힘들어요. 굉장히 힘든 직업이거든요. 그래서 한가족처럼 생각하고 내 부모를 섬긴다는 마음으로 모셔라. 당신도 늙으면 오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해라라고 말하죠.”

박 원장의 이런 충고는 단지 직원 뿐 아니다.

엘림요양원에 찾아와 요양원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도 복지마인드가 없으면 아예 손을 대지 말라고 충고한다. 요양원은 돈 버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 박 원장의 철학이다.

그의 이런 철학은 일상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치매 노인의 경우 방금 밥을 먹고도 또 밥을 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상당수의 요양원에서는 “방금 먹었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하지만 엘림요양원은 “지금 하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라며 이들에게 따뜻함을 베푸는 것이다. 이것이 다른 요양원과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요양원에 입소하기 전 외부에서 다쳐서 온 환자의 보호자가 요양원에 와서 생긴 병이라고 억지를 부릴 때는 정말 그만 두고 싶었다고 한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입소어르신 또 그 보호자들을 생각하면 그만 둘 수가 없었어요. 내가 하지 많으면 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급여등급 확대해야

박길진 원장은 정부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급여 등급을 현재의 3등급제에서 4등급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한 침해 환자도 3등급을 받으면 시설급여를 받지 못해요. 이런 경우 집에서는 모시기가 힘들어요. 3등급도 시설급여 받을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해요. 또 현재 등급제도 3등급까지인데 이를 4등급제로 확대해 환자 혼자 힘들면서 부축을 받아야하는 환자에게는 4등급으로 재가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울러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 요양보험수가의 상향조정을 당부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정원이 맞지 않을 경우 마이너스인데 요양보호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조리사 등 급여 등으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요양수가가 현실화가 돼야 서비스 질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복지마인드를 가져라

박 원장은 요양보호사들도 복지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충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험제도는 불합리해요.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획득하는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마인드가 아니라 국가자격증이기 때문에 그냥 따놓는다는 의식이 팽배한 것 같아요. 요양보호사는 외워서 하는 게 아니에요. 몸으로 느껴야 하죠. 실습이 강화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마인드가 필요해요.”

박길진 원장의 복지에 대한 마인드는 그를 대학 강단의 길로까지 이끌었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회복지사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열악한 상황에서도 어르신 스스로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박 원장은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복지마인드를 가지고 노인과 함께 더불어사는 게 전부다. 욕심을 부리면 편안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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