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시설 기초수급자의 수급비를 시설급여로 일괄적으로 전환한 것과 관련, 기초생활보장권의 침해일 뿐 아니라 자립생활 이념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주거시설 거주 정신장애인 시설수급 전환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김문근 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는 “사회보장급여가 수급자 본인에게 귀속돼야 함에도 불구, 일괄적으로 시설운영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수급권의 양도를 금지한 규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수급자는 자신의 수급비에 대한 어떤 권한도 가지지 못한 채 시설에 의존해 무기력하게 살아가야 한다”며 “특히 취업을 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정신장애인들의 경우, 개인 생활비는커녕 독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영규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사무관은 “시설급여는 기초생활보장제가 시작된 2000년부터 실시돼 왔다”며 “복지제도의 부정․이중수급 등 관리할 수 있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도입됨에 따라 시설생활자의 기초수급비 문제를 발견, 조치를 취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생활기초보장법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중 국가의 지원을 받는 보장시설에 대해 기초수급권자의 수급권을 시설장에게 위탁, 시설급여를 지급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42만원의 생계비가 지급되는 데 반해 시설수급자의 경우 13만원의 시설수급비가 시설운영자에게 지급될 뿐 수급 당사자는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이며 정신장애 당사자인 한 모씨는 “그동안 수급비로 나오는 42만원 중 시설입소비 20만원, 식대 5만원을 내고 나머지로 통신비, 의류비 등 사용해 왔는데, 수급비가 없어진다니 눈앞이 캄캄했다”며 “다시 주거시설에서 안정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시설단위로 수급자 모두에 대해 급여를 시설에 지급하는 것은 기초생활보장법상 개별적 급여결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보장시설이 아닌 개인별 급여의 위탁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강희원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인수급방식을 시설수급방식으로 획일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이 개인수급에 의해 향유하고 있는 수급자의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치”라고 힐난했다.

또 “시설수급방식은 생활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 노령자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시설운영에 종속되게 해 실질적 복지를 후퇴시키는 결과 가져올 것”이라며 “사회보장사업의 비즈니스화, 시장화, 보장의 완화라는 비판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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