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길거리에 나와서 노점하고 싶겠습니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부천역 광장에 들이닥친 용역에 의해 마지막 생계수단인 노점좌판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그날 오후 부인과 함께 자살을 기도한 남궁혁(53)씨.

다행히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가벼운 상처만 남긴 채 목숨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죽고 싶은 사람 왜 살려놨냐'는 원망이 서려있다.

소아마비 1급인 그는 "항상 차 속에 유서를 쓰고 다녔지만 아이들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날 일을 겪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더 이상은 살수가 없는데 어떡하냐"며 눈물을 훔쳤다.

3년 전부터 부천역 근처에서 떡뽁이 장사를 하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남궁씨의 형제는 6명. 그 중 형과 여동생이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자신 또한 소아마비 1급에다 84세의 노쇠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등 누가 봐도 영세민이다.

몸도 성치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로지 '노점'뿐. 그러나 부천시청은 그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라고 여기는 홍건표 부천시장에 대한 그의 원망은 또한 크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길거리로 내몰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시장이자 부천시의 큰 어른인 홍건표가 해야하는 일이 아닌가"며 시장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는 남궁씨는 이번에 겪었던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사건으로 인해 더욱 세상이 살기 싫어진단다.

특히 그는 노점문제의 대안으로 용역비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차례로 대출해 주는 제도를 도입, 단계적인 노점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사고 이후로 자동차가 재로 남았듯이 가슴에도 새까만 재만 남아있다.

20여년을 의지하며 살던 아내가 11일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죽으러 간다'는 말만 남긴채 집을 나간지 여러날 째이기 때문.

"아내가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이 '더이상 못살겠다. 당신 옆에서 힘이 돼주고 싶었는데 더 이상 힘이 못돼줘서 미안하다'는 말이었다"며 "진짜 어디가서 죽지나 않았는지 걱정된다.

만약에 무슨일이 생기면 나도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노점상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내 한 몸 죽는게 무슨 문제겠냐"며 언제든 노점상인들이 비굴하지 않고, 탄압받지 않고 일할 수 만 있다면 자신의 한 목숨쯤은 던져져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그의 어투에서 어딘지 모를 비장함이 감돌았다.

또한 "희망도 내일도 없으니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자조섞인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이경하 기자 lkhpress@bokjinews.com

 

 

이경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