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씨(42)의 하루는 아침 7시 아들 경원이(11)의 뒷바라지로 시작된다. 발달장애가 있는 경원이를 학교에 보내려면 아침부터 큰 전쟁을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원이가 3학년이 되면서부터 옷 정도는 알아서 챙겨 입어 다행이다. 도보로 20분 거리의 학교에 8시 40분까지 등교시간을 맞추려면 8시쯤부터 바빠진다. 이것도 박씨가 경원이를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로 보내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서 송파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씨는 경원이가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심이 돼 집으로 온다. 집안 일을 마친 박씨는 12시가 좀 지나면 어김없이 다시 하교하는 경원이를 데리러 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교실까지 찾아가 가방을 싸고 청소를 해주고 나왔지만 이제 경원이 스스로 하는 법을 익히도록 해주기 위해 교문에서 기다린다. 가끔은 양말을 빼두고 온다든지 물건 하나씩을 빼놓고 오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경원이의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감수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학교 내 학습보조도우미도 없고 아이가 걱정이 돼 함께 수업에 들어가 학습보조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자신의 여가시간을 모조리 경원이에게 빼앗겼지만 그저 아이의 수업시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담임교사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학교 내에서 박씨가 한 일은 경원이 반 친구들에게 경원이의 장애에 대해 이해시키는 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경원이의 가방을 어깨에 들춰 멘 박씨는 신호등에서, 분식집 앞에서 행여나 돌발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집에 도착한 그는 경원이 치료교육을 위해 숨돌릴 틈도 없이 외출을 서두른다. 그래도 집에 들리는 것은 가방도 놔두고 지저분해진 경원이의 옷을 갈아 입히기 위해서다. 그는 귀찮지만 하루에 두 번씩 옷을 갈아 입힌다고 한다.
경원이의 치료교육은 음악치료와 심리체육치료 두 가지를 하고 있다. 한달 사교육비만 해도 월 20~30만원. 얼마 전까지 사립시설을 이용할 때는 경원이의 사교육비만 100만원을 써야했던 것에 비해 많이 줄었다. 박씨 주변에는 장애가 심해 집으로 전문교사를 불러 한 달에 200만원을 호가하는 치료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음악치료교육은 마천동, 심리체육치료교육은 복정동에서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박씨는 이동시간이 교육시간만큼 길다. 그렇지만 치료교육을 받기 위해 수원에서 톨게이트 3개를 지나 복정동까지 오는 다른 아동의 어머니를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
경원이가 치료교육을 받는 35분, 그리고 50분 동안 박씨는 복도에서 책을 읽거나 테이프를 들으며 묵묵히 기다린다.
며칠 전에는 친정에 볼 일이 있어 경원이도 덩달아 치료교육을 받으러 가지 못했다. 버스를 몇 번씩 타고 15분 이상 걸어야 하는 복지관에 혼자 보낼 수가 없어 친정까지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박씨는 학교에서 방과후 교육을 시켰으면 돈도 덜 들고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기고 볼 일을 볼 수 있겠지만 아이가 잘못되면 모두 엄마 탓이 되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볼 수 있겠느냐며 조금 피곤해도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가슴에 한을 품고 산다. 박씨 또한 경원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 거부당했던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경원이를 보는 이상한 눈빛과 ꡐ이런 아이를 어떻게 우리 유치원에 데려올 생각을 했느냐ꡑ는 식의 말들이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도 1년 늦게 들어갔다. 장애학생이면 1, 2년 유예는 흔히 있는 일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박씨는 장애인교육권 예산을 확보해 방과후 교실을 실시하고 학습보조도우미를 둔다면 능력 있는 많은 어머니들이 사회로 나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텐데….라며 한숨지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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