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정성껏 모아주는 모금액과 복권수익 등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직원들의 각종 비위와 부정행위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공동모금회 내부감사와 보건복지부 및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동모금회 인천지회는 2006년 제작한 ‘사랑의 온도탑’을 매년 재활용해 사용했으면서도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0만 원 안팎의 제작비를 들인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했다.

인천지회 A팀장은 온도탑을 제작 구매하는 과정에서 친척으로 의심되는 인물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비리 사실이 드러나자 A팀장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인천지회 B팀장은 2007년 11월 접수한 성금 300만 원을 분실하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장부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B팀장은 당시 인천시 공무원에게서 1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30장을 받았는데 이를 분실하자 인수증을 변조해 상품권 30장을 모두 배분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했다.

하지만 기부자가 확인서 발급을 요청하자 B팀장은 뒤늦게 27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해 배분한 것으로 밝혀져 해고됐다.

인천지회의 C사무처장은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실·도난 신고나 인사위원회 개최 등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아 2008년 감봉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앞서 지난 4일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이 배포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회 사무처장은 서류를 허위로 꾸며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6회에 걸쳐 189만원5000원을 결제하는 등 총 3324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K씨가 2009년 1월 이후로 이렇게 공금을 유용한 것은 ▲기부 참여 단체 등과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꾸며 사업비를 유용하는 수법으로 총 122건 3054만7260원 ▲개최하지도 않은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서류를 꾸미는 수법으로 8건 총 143만2360원 ▲기관운영비 명목으로 7건 126만3000원 등이다.

K씨는 공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후에 관련자료, 참석자, 회의 개최일시를 허위로 작성·품의해 사업비별로 편성돼 있는 간담회 비용, 회의비용, 업무협의비, 기관운영비에서 부당 집행했고, 이 과정에서 기획홍보팀, 자원개발팀, 배분팀, 총무회계팀 등 지회내 직원이 관여하기도 했다.

이 외에 K씨의 결제 내역을 보면 휴일 중에도 버젓이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꾸며 유흥주점과 각종 식당에서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도 12건 411만원에 이른다.

K씨의 공금 유용 건이 특별감사를 통해 적발되기 이전만 해도 공동모금회의 모든 지사들이 유흥주점 등에 결제가 되지 않는 그린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감사 적발 후 사임했다.

또 경기지회 H총무회계팀장은 인테리어 공사를 사촌동생에게 몰아주기까지 했다.

H팀장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구매 실무책임자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부실업체와 2006년부터 올해 4월까지 9000여만 원의 계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보증금과 하자보수보증금을 징수하지 않는 등 구매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

또 해당 업체는 산재보험료 미납에 따른 가압류 처분된 부실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업자 등록을 받은 업체 명의로 계약하기도 했다.

공동모금회 경기자사는 또한 홍보대사로 위촉된 연예인 예림(본명 유태영)이 단 몇 차례밖에 활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한 것으로 허위로 일용직 출석부를 만들어 예림 본인의 서명 및 도장, 담당자 도장을 허위로 날인한 후 이를 근거로 비용을 집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적 조사 결과에 비해서 그 후속조치는 부실하기 그지없고 의혹투성이라는 점이다.

먼저 K모 사무처장의 경우 명백한 업무상 횡령과 배임(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자진 사표를 제출하고 횡령액을 환수하는 것으로 그쳤으며 형사고발이나 외부 조사를 의뢰하지도 않았다.

공동모금회 측은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사건을 형사고발할 경우 언론에 공개돼 모금 문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이는 공동모금회 이외에도 많은 모금단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공익적 우려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모금회의 모금 실적 저조를 우려한 은폐 시도라는 의혹을 져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조사가 ▲2009년 이후의 결제 내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경기지회 이외에 타 지회도 당시 그린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타 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 특정 업소에서 정기적으로 큰 금액이 결제되는 부분은 위장결제(일명 카드깡) 의혹이 제기될 수 있어 이러한 부분에 대한 규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외부기관의 수사나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애주 의원은 “공동모금회가 이처럼 방만하고 부실한 운영실태를 드러낸 것은 공동모금회가 오랜 시간 사실상 사회모금 시스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데서 오는 폐해와 독단적 운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썩은 부위를 근본적으로 도려내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복지모금 사업을 복수의 전문모금기관이 수행하도록 해 국민의 기부처 선택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공동모금회 운영 전반에 대한 외부기관의 믿을 만한 전면적 감사를 촉구했다.

지난 11일 공동모금회 종합감사에 착수한 보건복지부는 29일까지 각종 부당 경비사용 및 공금 유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공동모금회는 2007년 복지부 감사에서 23차례 행정·신분상 개선과 주의, 경고 등의 조치를 받았고, 2009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지원금 부당 추천·편취, 배분 부적정, 지회 지도·감독 등에 대해 13차례 지적을 받았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성금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비위 사실이 적발돼 죄송할 따름”이라며 “철저한 감사로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법 제정에 따라 설립된 유일한 법정 전문모금기관으로 지난해 모금액은 3319억 원에 이른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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