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관련 성폭력관련단체들이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성폭력상담소·보호시설협회 등은 21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에 책임 전가하는 가해자 봐주기식 수사 참을 수 없다”며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발달장애여성 성폭력가해자를 엄중수사하고 장애여성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한 수사지침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대전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남학생 16명이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성폭행한 사건으로 가해자 중 한명이 피해학생이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에게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줬으며 이들은 한 달여에 걸쳐 성폭행을 가했다.

현재 사건은 대전지방경찰청에서 대전지방검찰청으로 송치돼 불구속입건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구속입건에 대해 경찰은 피해학생이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고 폭력이 행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이들 단체는 “가해자를 봐주고 성폭력의 책임을 장애여성에게 전가하는 수사는 2000년 강릉에서 일어난 마을주민들에 의한 지적장애청소녀 집단성폭행사건, 2008년 충북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청소녀의 일가친척에 의한 성폭행사건 등 수도 없이 많다”며 “이번 사건도 단순히 구속, 불구속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학생이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사건을 중대사건으로 처리하지 않는 수사기관의 의식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심지어 학교관계자들은 가해자들이 성적이 뛰어나고 인재가 될 학생이므로 학업을 중단케 하면 안 된다고 감싸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게 엄청난 폭력을 가하고도 입시우선주의와 엘리트주의를 들이대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하는 한국의 교육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고 힐난했다.

이들은 “2007년 장애여성 성폭행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의 지적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 피·가해자의 관계, 피해자를 둘러싼 제반환경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정신상의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폭행이나 협박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장애여성이 거부의사를 실행하기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대부분 사법기관이 발달장애인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들이대고, 성폭력특례법 제6조의 '항거불능'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해, ‘저항할 수 없는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면 성폭력이 아니라는 모순적 기준을 들이대 왔다”며 “이러한 가해자 봐주기는 장애여성성폭력 사건을 더욱 조장하는 데 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더 이상 성폭력에 노출돼서는 안 된다”며 “또 매번 성폭력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기 다른 수사 잣대와 방침으로 성폭력으로 피멍이 든 장애여성과 그 가족을 다시 한 번 죽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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