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기저귀는 NO! 오로지 손이 많이 가는 수건 기저귀만 사용하는 요양원. 언뜻 듣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 수가? 절대 적지 않다. 이 또한 이해 할 수 없는 말이다. 은혜실버홈에 가면 이해할 수 있다.

촉망받던 간호사 요양원 길로 들어서다

간호사 출신의 요양원 원장. 은혜실버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 중의 하나이다.

김정희 원장은 병원에서 가정간호만 20여년을 한 베테랑 간호사다. 김 원장은 간호사 시절에 각종 방송과 매스컴을 타는 등 촉망받는 간호사였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김정희 원장이 요양원에 눈을 돌린 것은 바로 부모님 때문이었다.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간호사로 병원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돌봐드리지도 못했어요. 부모님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간호할 수 있겠냐며 이런 나를 자책했어요.”

 

부모님을 생각하는 이런 마음은 곧바로 가정간호를 하며 노인환자 보호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가정방문으로 매일 같이 돌보던 노인 환자가 갑자기 방에 보이지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김 원장은 보호자게 사연을 물으니 노인 환자가 방에 있으니 특유의 냄새가 나 손자들도 싫어하고 해서 지하방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부모님을 제대로 간호해 드리지도 못했다는 자책감에 환자 보호자들의 마음이 오버랩 됐다.

 

“노인 환자를 가정집에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서 편안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게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그래서 그는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가정에서 돌보지 못하는 노인들을 우리가 돌보자는 마음을 가진, 서로 뜻이 통하는 간호사들과 힘을 합해 노인들이 편안하게 요양을 할 수 있는 집을 구하면서 요양원의 길로 들어선 거죠.” 

 

김 원장은 처음에는 병원에서의 간호사로서 가정방문과 요양원에서의 간호를 병행했다.

하지만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을 좀 더 세심히 보살피자는 마음에서 병원의 간호사를 사직하고 오로지 요양원에만 몰두하게 된 것이다.

후원금? 마음만 받을게요

은혜실버홈에서는 후원금을 절대 받지 않는다. 후원금을 받다보면 입소 노인들의 케어보다는 후원금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이를 아예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서다.

 

“동사무소나 지역 이웃 또는 종교단체 등에서 후원금 찬조 문의가 많이 오고 있지만 그들에게 마음만 받겠다며 정중히 사양하고 있어요. 하지만 명절 때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쌀은 받아요(웃음).”

 

은헤실버홈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자랑거리는 수건으로 된 기저귀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환경쓰레기가 거의 없다. 일반쓰레기 뿐이다.

 

종이기저귀는 발진이라던가 욕창이 생기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주변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수건 기저귀를 왜 아직도 사용하냐고 핀잔을 주곤하죠. 하지만 입소한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요양원을 하고 있는 동안은 앞으로도 계속사용 할 예정입니다.”

 

공단에서 이를 알고 표창을 주고자 했으나 김정희 원장은 사양했다.

김 원장은 “상을 주려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주지말고 환경부에서 줘야한다. 환경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요양원이 전국에 몇이나 되느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은혜실버홈의 장점은 여기에 또 하나 식사부분이다. 이는 은혜실버홈의 냉장고가 말해 준다. 냉장고에는 오나성된 반찬이 없다. 재료들 뿐이다.

 

식사 때마다 바로 지은 따뜻한 밥에 갓 만들어낸 반찬. 때문에 운혜실버홈에서는 밥을 남기는 노인이 전혀 없다.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원장의 지론 때문이다.

여기에 잠자리도 다른 요양원과 다르다.

 

은혜실버홈에서는 70년대 침대를 사용한다. 20여년간 병원에서 근무한 김 원장의 노하우다.

 

“노인들은 침대에서 떨어져 골절을 입는 부상을 당하는 일이 많아요. 이는 최근의 침대가 누워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신체적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노인들의 신체에 맞게 고친 침대 덕에 우리 요양원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침대에서 떨어지는 골절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이런 배려 때문에 이곳 은혜실버홈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상을 치르고 나서 꼭 가족들이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다.

세심한 케어 위해 소규모 늘려야

김정희 원장은 요영시설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정부의 대형 요양시설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요양시설의 경우에는 입소한 노인들을 돌보는데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보호자들도 깨끗하고 화려한 대규모 시설을 원하는 건 압니다. 하지만 시설만 좋다고 입소 노인들이 원하는 케어를 받는 것은 아니죠. 많은 인원을 보호하다보면 당연히 소홀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10인 이하의 소규시설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작은 시설로 해야 가족처럼 보살피고 또 입소 노인들도 자기 집처럼 생활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요.”

 

김 원장이 바라는 요양시설은 바라는 것은 가족들도 수시로 편하게 왕래가 가능하도록 각 동네에 10인 이하의 소규모 요양시설을 많이 운영하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 정부의 방침대로 원칙을 지키다보면 소규모 시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간호사와 요양사, 주방인원 등 모든 직원을 정부규칙에 맞게 채용해 운영하려면 많은 요양시설이 문을 닫아야 한다.

 

따라서 원장이 간호사이면 간호사를 따로 채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선 요양시설의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요양시설 운영자들에게도 충언했다.

대부분의 요양시설에서는 수가가 적다며 정부에 수가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원장은 반대다.

 

식사를 위한 반찬과 운영시설 등을 제대로만 하면 절대 모자르지 않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런 내용을 지역의 요양시설 원장들과 모임에서 하면 입막음을 당하기 일쑤다.

노인과 생애를 같이 한다

원장은 앞으로도 노인과 생애를 같이 하며 노인과 맞물려 할 수 있는 복지사업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바로 고아원을 노인시설과 같이 운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2호점 옆에 고아원을 설립해 할 예정이다.

 

또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저가의 실버타운을 세울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나이 들면 돈도 필요 없고 배운 것도 필요 없어요. 욕심내지 말고 노후에 생활할 만큼만 있으면 됩니다.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김정희 은혜실버홈 원장의 철학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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