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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로서 아동, 청소년, 여성 등 다양한 경험을 겪으면서 그가 노인 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7년 구립의 노인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맡으면서다.
“하루에 800~900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복지관에서는 개인별로 요구되는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죠.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어떤 사명감 같은 사회복지라는 영역 속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백영수 원장의 노인복지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
그는 노인 개개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함을 느끼고 관련대학에 진학해 노인복지를 공부할 정도로 열정이 가득하다.
홍은노인복지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경력의 노인복지 서비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원장에 전문적인 지식의 종사자들이 ‘가족사랑’으로 어르신들을 돌본다는 것이다.
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가 ‘엄마’ ‘아빠’다. 입소 어르신들에게 부르는 호칭이다.
이같이 입소 어르신들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같은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서는 것은 오랜 시간 노인복지에서 근무해 온 백영수 원장의 모토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전문적인 지식이 녹아들며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곳 홍은노인복지센터 직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면 전문적인 지식습득을 위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종사자가 교육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절대 좋은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백 원장의 지론 때문이다. 학비 부담은 법인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다.
열정과 사명감으로 가득찬 백영수 원장에게 요즘 고민이 많다.
바로 사회복지를 하는 이들에게 이들을 위한 복지는 저 멀리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복지는 뒤로한 채 이들에게 희생과 봉사라는 타이틀만 요구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종사자들에 대한 복지가 뒤따라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시설이용 어르신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할 수 있어요.”
종사자들에게 대한 복지가 뒤따르지 않다보니 종사자들 상당수는 시설에서 케어 등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 조금이라도 처우가 나은 시설로 이직을 하던지 아니면 이 일을 그만 두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게 백 원장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일례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전에는 직원들의 급여는 호봉이 있어 경력에 따라 급여가 차등 지급됐다. 그러나 지금은 호봉제가 폐지돼 제도 시행 2년 지난 현재까지 임금동결 상황이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봉사 요구는 무리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무런 대안도 없다는 게 문제죠.”
이는 사업을 원활히 수행하는 데 절대 필요한 전문적으로 숙련된 인력들의 잦은 이직을 초래해 이로 인한 업무 공백이 시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생활의 어려움으로 직접 다가오고 이는 곧 시설에서의 입소자들에 대한 인식도 바뀌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상자를 복지 수혜자에서 고객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사회복지 서비스가 상품화가 된 것이다.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항상 봉사와 희생이 새겨져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복지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안정적이지 못하고 불안한 삶은 그들에게 있어서 지극히 상식적인 마음마저 빼앗아 가고 있는 게 현실이죠.”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사회복지 일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삶도 보장해 주지 않으면서 봉사와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게 백 원장의 지적이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열악한 처우는 국가도 한 몫을 담당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에 국가나 시에서 지원됐던 보조금이 없어졌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일은 똑 같아요. 법과 제도만 만들어 놓고 기존에 있던 지원금 마저 끊으며 운영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꼴이죠.”
백 원장은 보조금을 무조건 중단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일정부분은 지원을 하고 나머지는 보험제도로 대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 원장은 정부의 현 정책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의 요양보호사 시험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동물을 치료하는 데에도 최소한 전문대학의 졸업장을 필요로 하는 심지어 사람을 케어하는데 연령과 학력을 무시하고 인성을 무시하는 국가자격증 시험제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노인 케어시 발생하는 인사사고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기구나 단체의 설립도 촉구했다.
“입소 어르신들은 이동에 불편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응급상황시 주간에는 많은 근무자들이 있어 충분한 대처가 되지만 야간에는 극소수의 당직자만이 남아 이들을 케어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죠. 인사사고 발생시 이를 대신할 보험은 있으나 형식적일뿐입니다.”
대형화 돼 가고 있는 노인복지시설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 때는 탈 시설화 재가복지, 찾아가는 서비스를 부르짖더니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후 점점 시설이 대형화가 되고 조직화 돼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 방이나 특실이 아니라 함께하고 나누는 사람냄새 난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안에 내 어머니, 아버지를 대하는 서비스, 그것이 곧 질 높은 서비스인 것이죠.”
백영수 원장에게는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 바로 그룹홈 형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노인복지설과 아동복지시설이 따로 구분돼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독거노인과 고아 등과 함께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봉사자들을 한 가족처럼 그룹을 지어 1.2.3세대가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혀 남들이지만 소외된 이탈자를 가족처럼 묶어 그들만의 공간을 조성해 준다면 정서함양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나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백영수 원장. 남은 일생을 사회복지에 몸을 바친다는 일념하나로 오늘도 어두운 그늘을 찾아 쉼 없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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