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과 저작권 보호 문제의 갈등을 해결할 방향이 제시됐다.

지난 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글점자제정 84주년 기념 국제세미나 '시각장애인과 점자'에서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권과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저작권과의 협조와 신뢰"라고 강조했다.

남형두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인간으로서 기본권 보장 뿐 아니라 안마업 이외의 다양한 직종을 갖는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접근권이 전제돼야 한다"며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 뿐 아니라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986년 점역, 녹음 등 시각장애인 예외규정이 신설된 이래로 최근까지 디지털 기술에 대한 규정이 없어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간 정보격차는 더 심각해져 왔다"며 "음성변환기, 점자출력기 등 디지털 환경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돼 있지만 문제는 점자, 녹음을 넘어선 대체포맷으로서 디지털 파일의 확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작권자들은 단시간 대량복제 및 배포의 용이성에 따른 대규모 저작권 침해 발생을 우려한다"며 "저작권 침해의 경우 강경한 제재 및 국가 차원의 피해 배상 등 우려를 없애기 위한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저작권자들도 저작권법 위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라도 모든 원본파일 제공을 거부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그것은 장애인 우선주차구역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우선주차구역을 없애자는 것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시각장애인도 업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의식을 스스로 가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009년 3월 국립중앙도서관이 디지털 납본제도를 통해 확보한 전자파일을 이용,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용 기록방식으로 어문저작물을 복제, 배포 및 전송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과 도서관법이 개정된 바 있다. 

남 교수는 국립도서관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허브시각장애인시설이 도서관의 위탁을 받아 대체포맷을 제작하고, 일선 시설이 장애인에게 최종적으로 서비스하는 구도로 가는 것이 효율성과 합법성 등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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