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시청역 인근에서 한시련 관계자 및 시각장애인들이 볼라드 제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대리석 볼라드가 점형블럭 위에 설치돼 있다.

차량의 보도진입을 억제하기 위한 볼라드(차량진입억제용말뚝)의 무분별한 설치로 인해 시각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의 보행환경이 위협받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제거에 나섰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지난 5일 시청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들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볼라드와의 위험천만한 전쟁을 치른다”며 “국민권익위원회의 볼라드제거 시정권고에도 불구, 지자체들은 예산타령만 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여건 마련을 위해 장애물이자 흉기인 볼라드 제거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및 보도설치및관리지침(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볼라드는 일종의 장애물로 간주될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장소에 선택적으로 설치토록 했으며 선형유도블록 측면에서 60cm 이격거리를 둬야 하며 경계를 나타내는 점형블록은 볼라드의 전면 30cm에 설치토록 했다.

또 보행자 등 충돌 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격흡수가 가능한 재질을 사용토록 했으며 외곽 직경은 10~20cm, 길이는 80~100cm로 설치토록 했다.

한시련은  "볼라드는 특히 보도턱낮춤 추세에 따라 차량진입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우후죽순처럼 설치됐으며 민간에서도 주차분쟁과 같은 사적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남용해 왔다"며 "심지어 지자체들은 관련규정을 무시한 채 단단한 재질의 대리석 등을 사용해 왔으며 시각장애인의 길을 안내해 주는 점자블록 위에 볼라드를 설치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을 강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볼라드의 본래 취지인 차량진입차단효과는 미미한 반면 휠체어, 유모차 등 이동을 방해하고 특히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이에 지난 2008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16개 광역지자체에 볼라드를 제거하라고 촉구한 바 있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운운하며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태형 한시련 시각보조시설중앙지원센터 팀장은 “서울시가 지난 해 발표한 ‘장애없는 보도디자인 가이드라인’에도 불구, 광진구, 동작구, 성북구 등 지자체들은 보도블록 교체 공사 시 보행안전구역 내 볼라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없는 보도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모든 보도를 보행안전구역과 장애물구역으로 분리하고 각종 가로시설물은 장애물 구역 내 설치토록 했으며 차량 및 장애물로 위험이 예상되는 구간에는 점형블럭을 설치,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확보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배융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볼라드 설치 필요를 제거하기 위해 횡단보도와 인도 사이의 보도턱 낮춤을 부분턱낮춤으로 개선하고 주차장 인근은 바닥의 재질과 색깔을 다르게 하는 등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시련은 “눈을 감은 채 걸어 봐야 시각장애인들의 아픔을 알 것인가”며 “지자체들은 이동약자에게 있어 지뢰와도 같은 볼라드를 제거하기 위한 대책 시급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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