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드라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드라마 속 인물이 자장면을 먹으면 나도 먹고 싶고, 주인공이 슬프면 나도 슬프다. 때문에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이 모습은 그대로 장애인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되고 만다.

실제로 드라마 속 장애인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최근 장애인 시청자 261명, 비장애인 시청자 500명에게 드라마 속 장애인 인권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6%가 드라마에서 묘사된 장애는 ‘고통스럽거나 부각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또 드라마에서 장애인은 ‘극적 갈등의 주요원인을 제공하는 역할’로 등장해 장애인 상을 부정적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27.8%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

여성 장애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응답자의 절반 수준이 드라마 속 여성장애인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한 이미지’(53.4%)라고 답했다. 또 ‘성적 매력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30.7%.

그렇다면 왜곡된 장애인의 이미지가 아닌, 장애인의 긍정적인 인식변화에 도움을 준 드라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KBS 부모님 전상서’, ‘SBS 내사랑 토람이’가 각각 52.2%, 19.2%로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응답자들은 부모님 전상서는 준이를 통해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의 행동이나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 가족의 어려움 등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지적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는 20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이같은 내용의 ‘드라마 속 장애인 인권 인식조사 사례발표’를 하고 방송제작진의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제안했다. 또 방송사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평가하는 장애인모니터 요원을 적극 고용할 것, PD연합회, 방송작가협회 등 방송제작진을 대상으로 양성과정의 교육커리큘럼이나 보수교육 과목으로 장애인 인권교육을 정규화 할 것을 제안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김민경 활동가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막상 작품이 제작되면 장애를 부정과 불가능의 의미로 반복재상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장애계에서도 드라마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식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미화 기자 mihwa@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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