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10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회를 대상으로 예산집행 실태 등 기관운영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공금횡령과 예산 과다집행, 부적정한 직원채용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21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부당집행된 7억5453만 여원을 회수조치하고 박을종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공금 횡령 등에 연루된 직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직원 채용 및 업무용 카드를 부적정하게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는 직원 48명에 대해선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관련자 113명에 대해선 경고·주의 등을 요구했다.

윤병철 회장, 박을종 사무총장을 포함한 이사회 이사 등 20명 전원은 이날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밝고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가꿔 나가는 것을 사명으로 삼은 공동모금회에서 부정행위라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는 당분간 정성진(전 법무부 장관) 위원장과 장명수(한국일보 고문) 위원 등 6명으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지회는 공개경쟁시험에서 탈락한 8명을 정당한 절차 없이 계약직원으로 특별 채용했고, 이 중 4명은 정규직원으로 다시 채용했다.

중앙회에서도 회계분야 계약직을 채용하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 다른 분야와 달리 특별 채용했고, 광주지회에서는 필기시험만 합격한 자를 자격증 가점을 부여해 채용했다.

중앙회와 11개 지회에서의 업무용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 결과 2006년부터 2010년 9월까지 업무 연관성이 없는 부적정한 집행이 136건 2147만6300원으로 확인됐다.

부적정한 세부내역을 보면 단란주점·유흥주점·노래방 등에서 집행한 건이 124건 1996만8000원이며, 사인에 대한 화환, 선물구입 등 기타 업무목적 외로 12건 150만8600원으로 밝혀졌다.

또 워크숍 비용을 집행하면서 워크숍 목적과 상이한 스키장 이용, 레프팅, 바다낚시 등의 비용으로 2879만8000 여원을 집행했다.

특히 서울·부산 등 9개 지회에서는 유흥주점,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에서 26회 498만4000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출장기간 중 출장여비 외에 수감기관과의 업무협조 등의 사유로 감사업무비 1105만2730원을 집행하면서 이 중 사용목적과 다르게 노래방, 맥주집 등에서 243만8500원 집행했다.

인건비 인상도 도를 넘어섰다.

최근 3년간 연봉이 9100만원인 사무총장 인건비를 7.9%, 직원은 9%를 인상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최근 3년간 인건비 인상률이 3%인 점을 감안하면 과다한 인상 폭이다.

회계담당직원 관리도 부실하게 이뤄졌다.

중앙회 및 서울·부산 등 5개 지회는 회계담당직원(재무원, 출납원 등) 전부 또는 일부를 임명하지 않고 있으며, 회계담당직원 중 재정보증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한도액을 기준금액 보다 낮게 가입하고 있었다.

물품구매 등 업무를 1000만원 이하는 회계담당부서(경영관리본부)가 아닌 각 부서의 업무담당자가 직접 품의, 계약체결, 대금지출의뢰 등 회계업무를 수행, 각종 경비의 허위·부당 집행 및 구매관리 부실화 등 위험성이 내재됐다.

회계담당부서 직원 외 다른부서 직원들도 재정보증에 가입함으로 최근 6년간 총 482만3000원의 보험료가 추가로 납부됐다.

홍보비도 부적정하게 집행됐다.

기부미담사례 소개 소책자(사람이 나눔이다) 1000부를 제작해 관련기관에 무료 배포하기로 내부방침을 수립(사무총장 결재)한 후 지회 등에 추가로 배부할 4000부를 내부방침을 받지 않고 사무총장이 아닌 직원 전결로 추가 제작 구매했다.

회장 및 지회장 이·취임식 예산 집행도 과다하게 사용됐다.

서울지회는 2006년도 및 2008년도 지회장 이·취임식에 MC 진행비, 영상편지 제작비, 축하공연비 등으로 373만원을 집행했다.

전남지회에서도 2007년 영상편지 제작비로 57만8000원을 집행하는 등 총 450만8000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는데, 초청자 경비로 363만1000원, 기념품 제작비로 853만6000원 등 총 1186만7000원을 과다하게 사용했다.

모금회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25회에 걸쳐 4571만7000여원을 회장 및 지회장 이·취임식 비용으로 집행했다.

이사회 등 회의경비도 사용기준을 초과 집행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중앙회 및 16개 지회에서 집행한 회의경비 1269건의 47.2%인 599건 7011만8000원이 1인당 회의경비 사용기준을 초과됐다.

1인당 회의비 사용기준은 이사회, 운영위원회, 회장단회이 2만5000원, 추천위원회, 인선위원회, 전형위원회는 1만5000원, 분과실행위원회, 소위원회는 1만원이다.

성금 배분도 엉망으로 진행됐다.

배분 대상자의 사업수행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2006년 이후 92건의 배분 사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반납됐다.

그러나 사업결과보고서 평가를 통해 제재수준을 정해야 함에도, 평가없이 중간점검 등을 근거로 제재수준을 임의로 책정했고, 제재대상임에도 특별한 사유없이 제재조치를 감하거나 조건부 제재를 했으며, 배분금 횡령에 대해 횡령금액만 회수하고 고발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배분대상 제외기간 중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인천지회 등 5개 지회 11개 단체에 배분금을 지원했다.

중앙회에서는 사업기관에 배분하는 승합차 751대를 구입할 때는 승합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를 배제하고 특정 자동차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인천 및 경기지회에서는 승합차 62대를 구매하면서 중앙회 구매가격(15%할인)을 참고하지 않고 시중가격 등으로 구매(2% 이하 할인)해 중앙회 구매가격보다 8391만8000원을 더 지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해 모금기관 투명성 강화 및 국민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동모금회 비리가 표면화한 이후 최근 한 달간 1100여명이 기부 의사를 철회하는 등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20억원 정도 줄어들었다.

공동모금회는 1998년 16개 사회복지법인이 모여 만든 법정 모금·배분 전문기관으로 ‘사랑의 열매’ 등을 통해 성금을 받고 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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