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위주 낙태정책의 여성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각하 결정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민우회가 지난 6월 강력한 처벌 위주의 낙태대책이 여성인권침해를 유발한다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 대해 지난 23일 복지부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 및 피해의 내용이 특정되지 않았고, 낙태의 비범죄화는 형법의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각하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여성의 안전과 생명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낙태문제를 접근하는 것에 동의하며 내년도 사업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우회는 “복지부는 낙태신고센터를 마련하고 생명 중시 문화 확산, 시술한 의사의 삼진아웃제 등 낙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불법임신중절예방종합계획’을 지난 3월 발표했다”며 “이번 진정은 처벌을 강화하는 복지부 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권위는 입법, 사법, 행정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독립기구이다. 이것은 인권위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며 “낙태로 인한 여성 처벌이 현재 합법이라고 해서 정부 정책의 방향이 끼칠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을 진정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정은 법과 정부, 정책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해석의 여지를 봉합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정서를 통해 상담 받은 여성들의 실명을 공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낙태 경험 자체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발생하는 등 낙태를 드러내기 힘든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라며 “특정한 피해 대상이 없고 입법의 문제로 진정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인권위가 ‘여성의 안전과 생명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낙태문제를 접근하는 것에 동의하며 2011년의 사업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낙태공론화’에 힘을 실은 것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함께 갖고 있다”며 “인권위는 여성의 다양한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인권의 영역에서 낙태에 대해 접근해야 하며, 현실성 있는 정책과 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우회는 낙태 문제는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토대 마련, 여성이 주체적으로 피임을 제안할 수 있는 관계,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한 고려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온 바 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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