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0년 1월 1단계로 발달, 정신, 신장, 심장장애 등을 장애범주로 확대시킨 데 이어 2003년 7월부터 2단계로 안면, 간, 장루, 간질장애를 새롭게 장애범주로 포함시킨바 있다.
그러나 해당 장애인들은 장애범주 확대만 진행되어 왔을 뿐 확대된 장애유형에 따른 정부지원책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일부 장애유형은 장애등록마저 쉽지 않아 이중의 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의하면 안면장애의 경우 안면부(목부위 이상)의 절반이상인 60% 이상이 변형이 있거나, 코 형태의 2/3 이상이 없어야 장애4급 등록이 가능하지만 이는 안면에 조금의 흉터만 있어도 사회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간질장애의 경우 월 8회 이상을 포함하여 연 6개월 이상 중증발작이 있어야 장애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장애인들은 간질장애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으로 발작을 가급적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발작이 지극히 개인적 공간에서 발생하고, 발작에 대한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발작회수를 직접 센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정장애인으로 등록했어도 이렇다할 정책지원이 없는 것도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이나 직장암 등으로 수술직후 인공항문을 갖게 되는 장루 및 요루장애인의 경우 매월 20～30만원의 의료비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현재까지 건강보험 급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안면장애의 대표적 유형인 화상장애인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기준규칙에서 관절운동의 제한이 없는 반흔구축(흉터) 성형술 등 외모개선 목적의 반흔제거술이라는 규정에 묶여 전혀 건강보험을 적용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신장, 장루, 간질, 화상장애인들의 열악한 현실과 대안 마련을 위한 자리가 지난 4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장애범주가 확대된 장애 중 가장 대표적인 장루, 신장, 간질, 화상 장애는 외부 장애와 달리 내부장애로 아직 사회적 인식이 낮아 캠페인이나 공익광고 등을 통한 인식개선과 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장루협회 박종희 과장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장루용구를 무상지원하고 건강보험적용 대상으로 포함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반면 우리나라는 보장구는 물론 정기적인 치료 및 검사비조차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또 지체장애, 시청각장애와 비교했을 때 장루장애인도 실질적 장애요인이 결코 작지 않음에도 장애 4~5급으로 저평가 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장애인협회 이동주 과장은 혈액투석 등의 이유로 취업이 힘든 신장장애인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소득이 생기면 생계비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의료급여까지 지원 받지 못해 결국 무직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며 혈액투석 등에 필요한 고가의 치료비를 융통성 있게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간질협회 신현숙은 간질장애인은 상해, 생명보험 등 보험가입이 원천적으로 봉쇄 돼있어 민간과 공적차원의 노후보장을 위한 보험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보험가입, 운전면허취득제한, 병역문제, 취업 및 공무원 임용에서의 제한 등 부당한 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화상인협회 김효진 간사는 현재 미용성형으로 분류돼 있는 화상 재건성형수술을 건강보험에 포함되도록 해야한다며 퇴원 후에도 2~3년 간 재활치료나 물리치료, 정신치료 등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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