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령 인력을 정리해고 하지 않고 임금을 다소 줄이더라도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주는 '임금피크제'가 저출산·고령사회의 현실적 대안으로 산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이하 대한상의)가 27일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개최한 '고령화 시대의 선택, 임금피크제' 세미나에서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주임교수는 "임금피크제가 고용없는 성장시대에서 고용유지를 통한 소득보전과 소비 및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는 한편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 있는 노사 상생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령인력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인원조정 위주로 대응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인건비 절감효과가 있지만 종업원들의 사기저하 등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노후생활보장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우리 여건에서 중고령자의 조기퇴직은 당사자 개인은 물론 기업, 나아가 국민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고용유지를 통한 성장의 유력한 대안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대한전선,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등 초창기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정년 이전에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정년보장형을 주로 채택했으나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한국감정원, 우리은행, 산업은행처럼 정년이 달한 시점부터 연봉을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주로 도입하고 있다.

한편 '일본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 동향'을 소개한 허동한 일본큐슈국제대학 교수는 일본의 경우 출산율 저하에 따른 노동력 공급 감소 및 연금재정 악화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많은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73.8%가 고령자 근무연장제도 또는 고령자 재고용제도 등 고령자 고용확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임금피크제 등 고령자 고용확대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고령자에게 적합한 업무를 개발하고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공형 임금제도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무급제, 연봉제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직무분석의 미비 등 현실 여건상 단기간에 개편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고 "과도기적인 형태로서 임금피크제를 노사 상생의 협력적 임금모델로서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날 지정토론은 김수곤 한국노동교육원 명예교수의 사회로 이루어졌으며, 패널로는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이사, 하성임 대한전선 상무이사, 이채필 노동부 고용정책심의관 등이 참여했다.

오윤경 기자 ohnew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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