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는 단지 조금 더 불편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장애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기계입니다. 또한 리프트는 휠체어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지만,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모든 교통약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입니다.”

27일 이동권 연대는 지난달에 이어 두번째로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대시민전을 진행했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공동대표 박경석, 이하 이동권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또 다시 지하철 역사로 나섰다. 지난 6월 29일 투쟁에 이어 이동권연대가 27일 서울역에 다시 모인 것.

이들의 요구는 ‘46개 지하철 역사에 리프트 설치 계획을 취소하고, 46개 역사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전면 재조사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이번 ‘지하철 타기’행사는 대화조차 거부하는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시민에 대한 대선전이라는 것이 특징.

서울역에서 출발해 회현역, 동대문운동장역을 지나 혜화역으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에게 엘리베이터 설치의 당위성을 알리고, 서울시장의 거짓 약속에 대한 내용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이동권연대에서 제작한 유인물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길을 막는 장애인들에게 화를 내던 지난달의 모습과는 상반된 분위기. 직장인 김미라(27)씨는 “퇴근시간과 겹쳐서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로 퇴근길 불편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인들이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엘리베이터 설치라면 그 뜻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 타기 행사에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홍구 소장 등이 참가해 엘리베이터 미설치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동권연대의 발표에 따르면 487개 역사중 외부엘리베이터 미설치 정거장이 17곳, 내부 엘리베이터 미설치 정거장이 26곳, 내·외부 엘리베이터 미설치 정거장이 3곳 등 모두 46개역사로, 전체 역사의 10%를 차지했다. 장애인들은 미설치된 구간에서는 약속조차 잡을 수 없고, 친인척이 그곳에 살더라도, 어떠한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현실.  

서울시가 발표한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 46개.

과연 리프트는 엘리베이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언론에 소개된 지하철리프트로 인한 사고 일지를 살펴보면, 혜화역, 천호역, 오이도역, 영등포구청 역 등 뇌병변 장애, 지체장애인들이 8차례에 걸쳐 사망 또한 상해와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사고의 위험이 있는 리프트보다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한 이유에 대한 언급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보도 폭 협소, 승강장 폭협소, 구조물 특성, 미원 및 도시계획 사업 등으로 더 이상의 엘리베이터 설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주장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미설치 이유. 이동권 연대는 서울시가 임의적으로 정해놓은 규정이라고 반박했다.

이동권 연대 측은 “보도 폭 기준은 서울시가 임의적으로 정해 놓은 것일 뿐, 충분히 조정이 가능한 사항”이라며 “구조물 특성이라는 부분도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것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동권 연대의 투쟁은 엘리베이터 미설치 구간에 엘리베이터가 번듯하게 자리잡을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홍구 소장은 “이제까지 해온 우리의 투쟁을 멈춘다면, 많은 우리의 후배들 앞에 떳떳할 수 없다”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미화 기자 mihwa@bokjinews.com

유미화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