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늘 가던 길에도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17만 5천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시각장애인들이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역장과 역무원 및 공익근무요원들을 대상으로 일일 시각장애인 장애체험스쿨이 27일 열렸다. 사진 최경훈 기자

 

한국시각장애인협회와 서울지하철공사가 27일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역장과 역무원 및 공익근무요원들을 대상으로 일일 시각장애인 장애체험스쿨을 열었다. 시각장애인들의 지하철 이용의 불편을 직접 경험하는 이 행사는 25일 7호선 상계역에 이어 두 번째로 낙성대영업사무소(대림별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체험스쿨은 2호선 대림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오가며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보행과 안대를 가리고 장애인용 지팡이를 이용해 직접 지하철에 탑승하는 등 장애인들의 일상적인 지하철 이용을 그대로 재현한 것.

지하철 공사 직원들은 장애인체험스쿨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통감하고, 도와야겠다고 말했다. 사진 최경훈 기자

지하철 공사측은 “이번 행사는 서울시 장애인 인식개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됐으며,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과 고통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현장 근무 직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장애인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체험을 한 장형열 역장은 “당연히 앞을 못 보면 이동이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체험을 해보니 지팡이로 짚어도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체계적인 안내가 꼭 필요하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익근무요원 김남훈씨는 “볼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계단이 너무 깊게 느껴지고 바닥이 어떠한 상황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말했다. 

체험스쿨에 앞서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임경억 재활교육팀장은 체험스쿨 재현 지하철 공사직원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의 이해와 에티켓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임 팀장은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다가 사고를 경험한 시각장애인 50여명을 인터뷰 했더니, 사고당시 달려왔던 사람들이 하는 공통적인 말이 ‘앞도 못 보면서 집에나 있지, 왜 밖에 나오느냐’는 말이었다”며 “몸이 다쳐 아픈 것보다 마음을 다친 상처가 더 깊다”고 말했다.

공사는 “앞으로도 한국시각장애인협회와 협의하여 서울지하철 전 역사에 확대하여 지속적인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아울러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선로 추락 시 대피 공간확인 및 대처요령 등 재난극복훈련을 병행 실시함으로써 장애인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여전히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하게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장애종류에 따라 지하철 이동이 수월할 수 있도록 지하철 공사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전체 장애인들의 이동에 관심을 갖고 체험스쿨 등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유미화 기자 mihwa@bokjinews.com

 

유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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