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로 질타를 받았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번에는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국군장병 발열조끼성금모금운동에 동참한 사실이 드러나 또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공동모금회가 쇄신안을 발표한 지난 1월 13일에서 하루가 지난 14일 발생한 것으로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저버린 꼴이 돼 말로만 쇄신안을 외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다.

문제는 발열조끼 모금은 사회복지사업 이외의 모금으로 사회복지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도록 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즉,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14일자 KBS는 특집방송 ‘대한민국 국군 우리가 응원합니다’를 방송하면서 21일까지 국군장병 발열조끼성금모금운동을 진행해 모두 22억여 원의 국민성금을 모금했는데, 이 과정에 공동모금회가 관여했으며 공동모금회의 모금전용ARS가 활용된 정황이 드러난 것.

이 같은 사실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장총) 홈페이지 게시판 중 네티즌의 참여로 작성되는 ‘참여토론, 나의 생각’에 ‘숨겨진 것’이란 필명을 사용한 네티즌에 의해 제기됐다. 네티즌이 KBS성금모금 당시 ARS번호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홈페이지 내 ARS번호가 동일한 것으로 유추해 의혹을 제시한 것이다.

장총은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은 또 한 번 모금회에 대해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공동모금회는 9일 “모금에 공동참여 한 것은 사실이지만 KBS의 적극적인 협조요청에 의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9일 “공동모금회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모금회가 성금 모금 창구의 역할을 했고 대한적십자사는 모아진 성금으로 발열조끼를 구매하고 국군 장병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육군 1사단에 발열조끼 1000매를 지급했고, 나머지는 조달청에 구매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법에서 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에 대한 참여 제고를 목적(제1조)으로 하고 있으며, 기부금품의 모집 조항에서는 사회복지사업 기타 사회복지활동의 지원을 위해 연중 기부금품을 모집·접수할 수 있다고(제18조)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발열조끼 모금은 당연히 사회복지사업 이외에 대한 모금으로 법이 정한 공동모금회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장총은 “KBS 국군장병 발열조끼성금모금운동에 대해서는 국내 유수언론 및 많은 시민사회기관들도 우려의 목소리와 질타를 던진 바 있다”면서 “하지만 해당 모금운동을 함께 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KBS 뒤에 숨어 최소한의 질타도 받은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모금과정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군 장병들에게 지급할 발열조끼를 국방부의 예산이 아닌 국민 모금을 통해 구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주승용 의원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의 발열조끼 비용을 왜 국가가 아닌 국민의 성금으로 대신해야 하는가”라며 “국방부의 예산이 부족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이와는 전혀 관련 없는 공동모금회와 적십자사를 동원해 국민의 성금을 모금한 것은 절차와 내용상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주 의원은 또 이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동모금회를 관치화하려 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의료구제모금회’라는 제2 공동모금회를 설립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모금회를 하나 더 만들어 국민성금을 정부 예산처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반대에 부딪쳤다.

주 의원은 “그런데 이번 성금 모금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떠넘기려 한다는 의혹이 현실화 되면서 모금회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처지에 놓여졌다”고 주장했다.

또 발열조끼 모금은 공영방송에서 할 자세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주 의원은 “날치기 에산으로 1조원 가량의 사회복지관련 예산이 누락된 사실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됐는데도 왜 공영방송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지원돼야 할 예산은 외면한 채 굳이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했던 발열조끼 구입을 위한 성금모금 방송을 했는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공동모금회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변명만 일삼고 있는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공동모금회는 이번 성금 모금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향후에도 사회복지분야의 모금을 확대하면서도 사회전반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해 그 영역을 넓혀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승용 의원은 “반성이 아니라 이 기회에 모금분야를 확대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고 비꼬았다.

장총은 “모금회는 ‘낮은 자세로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듣고, 민간복지 현장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의 말처럼 성금을 내는 국민의 뜻을 받아 모금부터 배분까지 당초 설립목적에 근거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인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