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기존의 수정바델지수를 그대로 적용한 채 등급평가 기준 점수만 다소 조정하는 방식으로 뇌병변장애인의 장애등급판정 기준을 개정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장애인들은 개악된 장애등급심사 기준으로 인해 심사를 받은 장애인 중 37%가 등급이 하락하고 각종 장애인복지급여와 서비스에서 탈락하는 등 많은 고통을 겪었다.

이에 장애인들은 노숙농성과 단식을 불사하며 장애등급심사 폐지를 요구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현행 장애등급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말로만 등급판정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할 뿐 끝내 실질적인 장애등급심사제도의 폐지나 전면적인 개선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2011년도 예산심의 자리에서 부대결의를 통해 가장 문제가 심각했던 뇌병변장애인의 등급판정기준인 수정바델지수에 대해서만 전면수정을 겨우 약속했다.

그런데 이 최소한의 약속마저도 복지부가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개정 추진 중인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은 대한재활의학회 연구용역 결과로, 앞서 밝힌 것과 같이 기존 수정바델지수를 그대로 사용한 채 점수만 10점 내외에서 조정하고 편마비 장애인 관련 기준만 다소 수정한 수준이다. 따라서 복지부가 약속했던 전면수정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이번 연구 결과는 이미 지난 11월에 대한재활의학회에서 내놓은 결과를 다소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당시 연구 보고서가 수정바델지수의 측정 지표 중 계속 논란이 돼 왔던 배변 배뇨 지표를 삭제하는 것으로 최종수정안을 내놓은 데 반해, 최근 연구안은 '배변·배뇨를 제외한 판정안의 경우 과상향의 우려'가 있다며 배변·배뇨 지표를 존치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는 연구 과정에 복지부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복지부를 비롯한 MB정부가 최소한의 수정조차 거부한, 그리고 국회는 물론 장애인을 포함한 국민들과의 약속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복지부는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 연구안 공청회를 장애인당사자 및 언론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12일 토요일 10시에 열면서 ‘대한재활의학회 주최’라는 이유로 제대로 홍보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청회 토론자 섭외를 공청회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고 발제 원고는 불과 공청회 이틀 전에야 토론자의 손에 전달했다.

결국 공청회 준비 역시 제대로 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이대로라면 이번 공청회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참여하는 허울 좋은 행사에 불과하다.

당사자인 장애인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현행처럼 ‘한우에 등급을 매기듯이’ 장애인에게 획일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이를 장애인 복지정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이러한 제도는 장애인에게 매우 모욕적일 뿐만 아니라 각각의 복지급여나 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장애인계와 함께 본 의원은 장애등급심사제도의 폐지 혹은 전면 수정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복지부는 폐지나 전면개정 방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그동안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 최소 수준의 약속마저도 철저히 무시하려 하고 있다.

MB정부가 지금의 사회를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는 사회,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조차 지킬 수 없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것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따라서 MB정부의 막무가내식 ‘불통’의 특징을 이번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번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하며, 복지부가 이를 반대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계속 강행한다면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2011년 2월 11일

국회의원 박 은 수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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