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생활시설과 병원이 서로 짜고 시설생활인을 강제입원시켜 의료수가를 챙긴 혐의가 포착됐다.

송효정 장애인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미인가시설 인권실태점검보고회'에서 “미인가시설 조사 결과 시설과 병원 측의 의료수가에 대한 커넥션으로 거주자들이 집단 입원돼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병원은 의료수급권자의 의료수가를, 시설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숨기고 기초수급비를 이중으로 받는 행위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미인가시설 인권실태조사는 지난 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전국 22개소 장애인미신고시설에 대해 민관합동으로 실시됐으며 시설 민주성 및 개방성, 거주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폭력 감금 강제노동 등 항목을 시설장 및 시설거주인 일대일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송효정 활동가에 따르면 전북 S시설의 경우 자진폐쇄했다는 지자체의 연락을 받았으나, 시설방문 결과 거주인 54명이 인근 병원 3곳에 흩어져 입원돼 있었고, 시설측은 거주인의 통장과 신분증을 일괄관리하며 병원에 1인당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있었으며 병원 측은 입원을 부인하거나 실 입원자수를 번복하며 신원노출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강제 입원은 또한 생활인에 대한 통제, 처벌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 H시설 한 생활인은 “시설에서 나와 도망쳤다가 원장부부에게 두 번 잡혔는데, 두 번째에는 컨테이너 박스에 가둬 놓고 밖에서 용접을 했다. 나흘 뒤 나왔는데, 세 번째 도망을 쳤을 때는 잡힌 뒤 바로 이 병원에 입원됐다”고 말했다.

염형국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시설장은 병원 강제입원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형사적․행정적 책임추궁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과 약물을 본인 진료없이 처방한다든가 이 약을 생활자 관리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복용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의료관련법령 위반이므로 철저한 조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송효정 활동가는 “종교시설을 표방해 복지시설임을 부인하고 신고시설 전환을 거부하는 곳도 상당수”라며 “관리인이 거주인을 병원에 입원시키고도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고 답했으며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끼니를 굶기는 등 최소한 복지시설로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계가 ‘종교’라는 미명 아래 인권침해를 감싸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며 “철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신고 없이 운영하는 곳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관련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폐쇄조치해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백기 시설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설장에게 생활인은 인격이 아닌 수급비․장애수당 및 노동력 착취 대상”이라며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시설 구조 속에서 생활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 채 죽을 때까지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에 만족하며 사육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또한 “탈시설,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둘째 치고 당장 시설에 살고 있는 생활인들 인권만큼은 보장되야 하지 않나. 사회복지사업법상 인권 관련 규정은 거의 없다”며 “미국은 ‘시설거주자의 권리에 관한 연방규칙’을 두어 거주인이 간섭․차별․강압을 받지 않을 권리 등 보장토록 시설에 요구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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