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우리의 실버산업 수출 가능↑

금융부문 진출 통한 연계발전 모색

중국의 고령자 인구 증가와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은 장기적으로 한국 실버산업의 중국 내 양로산업 진출 기회 제공 등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8일 보고서를 통해 “노인인구의 증가와 의료보험 확대 등으로 의료보건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어서 한국기업의 중국 내 의료산업 진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빠른 고령화와 함께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젊은 세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로 인식되면서 중국에서 양로산업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상하이 난후이 구에 설립된 양로시설 친허위안(親和源)은 2007년 12월 20세대에 불과했으나, 2011년 1월 현재 500세대, 800여 명으로 늘었다.

독일 투자회사는 2010년 상하이에 고급 호텔형 양로시설을 준공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양로산업은 의료, 요양, 문화 등이 어우러진 분야로, 중국과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에 비교우위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부의 2006년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의 제정 이후 한국기업은 고령친화 제품 개발과 실버산업 활성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어 중국보다 한발 앞선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양로.보건산업 진출가능성 증가

노인인구의 증가와 의료보험 확대 등으로 의료보건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어서 한국기업의 중국 내 의료산업 진출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의료서비스시장의 92.9%를 국유의료기관이 차지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 기관수는 수요에 미달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도 한국의 7.8개에 비해 2.6개로 턱없이 적다.

고급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외국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영리법인 의료기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불임치료 전문병원인 마리아병원은 2003년 중국 선양에 한중합작 병원 설립했으며, SK 그룹은 2004년 중국 베이징에 아이캉(愛康)병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실버산업에 이미 진출한 서구기업들과의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업종별 비교우위가 있는 사업부터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자본 회수기간이 긴 양로산업에 진출할 경우 먼저 금융부문 진출을 통한 연계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말했다.

또 “중국 노인층의 구매력이 충분하지 못해 실버산업의 발전은 중국정부의 복지 및 보건의료 정책과 함께 더디게 이루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실버산업의 서비스 업종은 사회복지 성격이 강하고 정부의 복지정책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과 연계된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중국은 2001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진입했다.

중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세에서 2010년 75세로 증가했으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970년 4.3%에서 2010년 8.2%로 늘어 총 1억114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압축적인 대규모 고령화 현상 전망

특히 중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축적인 고령화 현상을 경험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진입에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3년이 소요됐으나, 중국은 25년(2001~2026)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에 소요되는 시간도 10년에 불과해 세계 최고령국가인 일본의 고령화 속도를 추월할 전망이다.

중국의 법정 은퇴연령인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035년에는 미국 총인구 보다 많은 약 3억863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중국 전체 인구 10명 중 1명 수준이었던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035년에는 4명 중 1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35년 기준으로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한국 전체 인구의 약 8배, 일본 전체 총인구의 약 3.5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진행 속도와 대규모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2050년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인구 규모는 세계 전체 노인인구의 22%를 차지할 전망이다.

2050년 중국의 노인인구는 4억4043만 명으로 한국 총인구의 10배, 일본 총인구의 4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노인인구 가운데 중기(75~84세)와 후기(85세 이상) 고령자 인구와 농촌거주 고령자 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2010~2050년 사이에 59세 이하 인구는 18% 감소하는 반면, 중기 고령자 인구는 280%, 후기 고령자 인구는 51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9세 이하의 비 고령자 인구는 같은 기간 동안 2억1104만 명 감소했으나, 75세 이상 고령자는 1억3388만 명 늘었다.

도시화정책에 따른 젊은 노동력의 도시 이주로 중국의 고령화는 도시보다는 농촌에 집중되고 있다.

농촌거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000년 7.0%에서 2030년에는 20.2%로 전망되는 반면, 도시거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000년 6.4%에서 2030년 13.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인부양문제도 2030년 농촌의 노인부양 비율이 34%, 도시는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도시보다는 농촌에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득수준 갖추기 전 고령화로 재정 부담 가중

한편 고령화에 대비할 만한 소득수준을 갖추기 전에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할 중국은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을 위한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도 전에 고령화가 진행되는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내부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1인당 소득수준이 한국과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중국정부가 고령화 충격을 수용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8.3%인 시기를 기준으로 각국의 소득수준을 비교하면 한국은 1인당 GDP가 2만1071 달러, 미국은 1만2065 달러로 1만 달러를 넘어선 반면, 중국은 6382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노인비율이 8%일 때 각국의 1인당 GDP 비교

또 오는 7월 1일 시행되는 사회보험법에 임시 노동자와 농민공 등 취약근로계층을 포함시키고 있어 중국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의 인구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는 인건비, 물가, 수출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국의 장기적 경제성장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생산가능 연령(15~64세) 인구수는 2015년 9억9816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온 저렴한 노동력이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중국의 노인부양 비율의 증가는 젊은 세대의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켜 가계저축을 낮추고 소비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인부양 비율이 1950년 7.2%, 2010년에는 11.4%, 2050년에는 38.0%로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노인부양의무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어 노인부양 비율의 증가는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와 저축을 감소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소황제 세대는 결혼한 자녀 1인이 2명의 부모와 4명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4-2-1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

반면 중국은 1979년 ‘1가구 1자녀’ 정책 채택 이후 출산율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가 1970년 5.5명에서 2010년 1.54명으로 급속하게 줄었다.

이에 따라 유아기(0~14세) 인구비율이 1970년 39.7%(에서 2010년에는 19.9%로, 청년기(15~24세) 인구비율은 19.0%에서 16.9%로 각각 줄어들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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