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가 서울시의 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발생한 생활인 폭행, 수급비 유용 등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철저한 지도감독을 권고한 가운데 복지부가 실시한 시설평가가 시설비리 및 인권문제 등을 제대로 평가해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지난 달 14일 아동복지시설 266곳, 장애인생활시설 289곳 등 총 555개소를 대상으로 2010년도 실시한 사회복지시설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결과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은 100점 만점에 88.43점, 장애인생활시설은 81.46점을 받았다.

평가방법은 시설 및 환경, 재정 및 조직운영, 인적자원관리, 프로그램 및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6개 항목 57개 지표에 대해 시설 자체평가 후 각 시도별로 구성된 현장평가단(시설․정부․학계 관계자)이 한 달 동안 현장을 방문, 관련서류 및 현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시설이용자만족도조사는 현장평가 시 8개 문항에 걸쳐 확인하는 데 그쳤다.

조백기 시설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설장 또는 직원에 의한 자체점검을 평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나”며 "시설 및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현장평가단이 이용자의 인권실태, 복지욕구 등 얼마나 반영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이용자의 권리’관련 외박일지, 금전관리위임장 등 서류를 통해 자율권, 경제권 실현을 얼마나 확인할 수 있나”며 “위임장이 있으면 이용자가 금전관리에 동의한 것으로 보는 태도는 다수의 신고시설에서도 수급비 횡령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서 너무 안일한 평가방식”라고 힐난했다.  

조 사무국장은 “정부는 객관성 및 공정성 담보할 수 없는 형식적 평가로 일관하면서 인센티브 통해 시설정책 유지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며 “진정으로 이용자 삶의 질 향상 및 복지욕구 실현을 목적으로 실태 및 문제점을 확인코자 한다면 이용자의 현실이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이용자에게 직접 듣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가지표에 인권항목 대폭 추가 ▲인권․장애인단체 관계자 및 장애인당사자 포함한 평가단 구성 ▲자체평가 폐지 ▲시설이용자 1대1 면접조사 실시 등을 제시했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는 “사회복지시설 이용자는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라며 “상시적인 감시체계 없이 시설종사자와 이용자 간 상하종속적 관계, 집단생활유지를 명목으로 한 이용자의 생활 통제, 폭행 등 인권침해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평가는 허황되고 형식적이며 국가인권위 조사권은 진정 등에만 작동하는 한계가 있고 시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시설과 유착관계에 있다”며 “감시․감독의 사각지대 속에서 신고, 미신고를 막론하고 시설의 비리 및 인권침해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PNA(Protection And Advocacy),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 같은 장애인권리옹호기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인권침해 감시 및 조사, 법적 대응 등 실시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권위가 지난 2일 고발한 시설은 시설장이 생활인들을 나무몽둥이 등으로 폭행했으며 시설 리모델링 공사에 장애인들을 강제동원하고 생활인 수급비와 각종 후원금 등 총 1억578만원을 사택화장실 공사비 등 부당하게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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